지난 16일 경찰에 붙잡힌 탈옥수 신창원(申昌源.32)은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서울 강남의 부잣집에 침입, 12시간 가량 인질극을 벌여 거액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의 조사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신이 벌인 인질극을 재구성했다.
지난 5월31일 오전 0시30분께 얼굴에 복면을 한 신은 등산용 배낭을 매고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청담동 S빌라 김모(51)씨 집에 4층 옥탑 다락방을 통해 들어갔다.
강남에서 대형 예식장을 경영하는 김씨 가족이 사는 이 빌라는 크기가 90평이나 되는 전형적인 호화주택으로 아래, 윗층이 통하는 복층구조로 돼 있다.
당시 집안에는 김씨와 김씨의 부인(46), 초등학생인 딸(13) 등 자녀 2명, 그리고 가정부 등 모두 5명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신은 김씨 부부가 자고 있던 아래층 안방으로 몰래 들어간 뒤 방안을 샅샅이 뒤져 장롱 안에서 5천만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0장과 현금 4천만원을 찾아냈다.신은 이어 김씨 가족들을 깨운 뒤 스스럼 없이 자신이 신창원임을 밝힌 뒤 쇠사슬로 김씨 가족의 손과 발을 묶고 "20억원이 필요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고 김씨는 "그런 돈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은 "집값이 얼마나 나가냐"고 물었고 김씨가 "7∼8억 가량 된다"고 답하자 신은 혼잣말로 "그러면 재산은 70∼80억 정도는 되겠군"이라고 중얼거린 뒤 CD를 김씨 부부 앞에 던지면서 현금으로 바꿔올 것을 요구했다.
신은 오전 9시께 김씨 등 3명을 인질로 잡고 김씨의 부인과 딸을 은행으로 보낸뒤 김씨의 지갑을 뒤지다 '모경찰서 경찰행정자문위원'이라고 적힌 신분증을 발견하자 "이 자식 나쁜 놈이구만"이라며 경찰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씨의 부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신은 김씨에게 "자문위원이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나 가정부와 잡담을 하는 등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약 2시간 뒤 김씨의 부인이 전화를 걸어 "2억5천만원은 현찰로 바꿨는데 나머지2억5천만원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하자 신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약 3시간만인 낮 12시께 김씨의 부인이 CD 10장중 5장(2억5천만원)을 현금으로 바꿔 돌아오자 신은 이 돈과 집에서 나온 4천만원을 챙겨 김씨가 사업용으로 빌린 BMW 렌터카 뒷좌석에 김씨와 김씨의 딸을 태우고 약 400m 정도를 갔다.
신은 이어 "데려가봤자 짐만 되겠다"며 혼자 차에서 내린 뒤 인근에 세워둔 승용차에 돈을 옮겨 실은 뒤 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한 가족을 볼모로 삼은 12시간만의 인질극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