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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강영진(선영요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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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시설에는 '햇빛보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누워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바깥 바람을 쐬게 하자는 것이다. 일년에 한두차례 밖에 나오면 아이들의 눈에는 생기가 돈다. 장애인 시설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하늘을 쳐다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맑은 하늘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박노해는 시집 '노동의 새벽'첫머리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힘없이 살아온 내가…(중략)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주는…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그에게 보여졌던 하늘은 먹구름이었다. 부도로 알거지가 되거나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몇백만원, 몇천만원짜리 옷로비를 하고 있는 '짓누르는 하늘'이었을 것이다. 서민들에겐 정직과 청렴을 외치면서 부정과 야합을 일삼는 자들이 아직까지 힘을 쓰는 '먹구름 하늘'이었을 것이다.

탈주범 신창원의 독설에 귀를 쫑그리고 마치 시대의 영웅인 것 처럼 둔갑시키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도 먹구름 하늘이 있을 뿐이다.

박시인은 바랐을 것이다. 언제 갤지 모르는 답답한 하늘이 아니라 누워서 하늘을 볼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도 영롱하고 아름다운 하늘, 장대비를 쏟아부어 삽시간에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절망의 하늘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는 하늘'을….

우리는 과연 어디서 누구에게 하늘이 될 것인가. 한번의 '햇빛보기'에도 즐거워하는 어린 영혼들을 위한 하늘이 된다면 어떨까. 서로를 짓밟고 일어서야 하는 '정글의 세상'을 뛰어넘어 나와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발하는 하늘이 되면 어떨까.

가을의 문턱이다. 땀흘려 일하고 그 열매로 한해를 살며, 다시 내년을 준비하는 농부의 진중함이 우리의 하늘이었으면 좋겠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 올 가을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푸른 하늘'을 한 조각씩 나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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