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상에 잠길 듯한 연시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라는 시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가 쓴 두 권의 소설집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출간됐다.
문학수첩사가 펴낸 이 소설집은 '일만 일천번의 채찍질'과 '이교도 회사'. 아폴리네르가 1907년 G·A라는 익명으로 비밀출판한 이 작품들로 위대한 시인이자 대단한 이야기꾼이었던 그가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욕망과 광기의 에네르기를 소설속에 버무려 놓고 있다.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은 모니 비베스퀴라는 극악스럽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한 배덕자의 기상천외한 편력을 다룬 이야기.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황당하고 격정적인 난행과 착란·광기를 묘사하고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1970년대가 되어서야 아폴리네르의 작품임이 공식 인정될 정도로 논란이 많았던 작품으로 특히 초현실주의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드의 작품에 버금갈만큼 에로티시즘 문학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롭고 과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한 노골적인 성묘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또 이 소설과 함께 수록된 '어린 동쥬앙의 무용담'은 로제라는 한 소년의 성적인 성숙과정을 당돌하게, 유희처럼 그려낸 소설이다. 철저하게 미성년의 호기심어린 시각에서 성의 생리를 거침없이 파헤쳐 나가고 있다. 충격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장면, 기발한 해학과 풍자는 아폴리네르식 에로티시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한편 '이교도 회사'는 아폴리네르가 19세때부터 10여년에 걸쳐 기발하고 재미있는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써놓은 2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콩트에서 단편소설 분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주제나 소재·문체 등도 다채롭다. 이 소설집은 출판 당시 일반대중은 물론 비평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아 콩쿠르상 후보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작품이다.
'신성모독' '라틴계 유태인' '이단교주' '교황은 절대로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다'와 같은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집에 실린 대부분의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종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꿈과 현실, 진짜와 가짜, 전설과 실재가 서로 구분이 안될 정도로 뒤섞인 환각적인 줄거리로 되어있다. 소설의 종교적 요소들은 글자 그대로 단지 소설적 소품일뿐, 이야기의 주제와 미학은 '전도된 현실'과 '의식의 전복'이다.
문학수첩사는 아폴리네르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차원 더 넓히는 이 소설집에 이어 아폴리네르의 산문집과 시선집도 펴낼 계획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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