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곳곳 유혹의 덫

◈일명 '트로피 오락기'

12일 오후 7시 대구시내 한 호텔 오락실. 20여대의 트로피 오락기가 놓여있는 10평 남짓한 오락실에는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핏발 선 눈으로 오락기만 응시하는 손님들의 열기가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벌써 10만원이 나갔어" "한방만 터트리면 본전이 되는데…" 손님들의 안타까운 독백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한 종업원은 귓속말로 손님들에게 "한번에 300원을 넣으면 최고 30만원까지 1천배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면서 "오늘도 여러차례 대박이 터졌다"고 손님들을 독려했다.

◈중독성 他추종 불허

93년 파친코 도박의 전면 금지이후 '오락기'라는 옷을 새로 갈아입은 트로피 도박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 오락실의 영업 방식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했다. 처음 오락실을 찾거나 낯이 익지 않은 손님은 종업원으로부터 "환전을 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보통.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눈가림'이었다.

밤 12시 문 닫을 시간이 되자 단골 손님들은 그때까지 획득한 점수에 따라 봉투에 넣어주는 액세서리 등의 선물을 들고 하나 둘 오락실을 나섰다. 손님들은 주위를 살피며 도로 건너편에 있는 가게에서 오락실에서 받은 선물로 몰래 환전을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일부 오락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환전소에 찾아가는 손님의 인상착의를 전화로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

◈공공연하게 환전

취재팀이 4일동안 대구의 호텔 오락실들을 확인한 결과, 이중 4곳이 인근의 슈퍼마켓, 선물가게, 구두수선점 등에서 환전을 하고 있었다.

매일 오락실을 찾는다는 40대 남자는 "오락기는 버튼 한번만 누르면 돈이 떨어질때까지 자동으로 작동돼 예전의 파친코에 비해 사행성과 중독성이 훨씬 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경이 환전 현장을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단속에 소극적인 가운데 일부 호텔오락실, 30여개의 성인오락실은 오늘도 수많은 고객을 확보하며 성업중이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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