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이낸스 일대혼란

파이낸스사의 잇단 부도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인 삼부파이낸스사 양재혁회장의 구속 여파로 불안 심리에 빠진 유사금융업 투자자들이 정상영업을 하는 회사에까지 무더기로 몰려 투자금 인출을 요구하는 바람에 일부 업체는 자금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등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파이낸스 등 유사금융업 투자금 인출사태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다른 업체들로 이어지는 등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으며 당국조차 그간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책을 세우지 못하는 등 제도적 문제점을 방치함으로써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들 유사금융업체들이 제도권 밖에 있어 현행법상 투자자들을 보호할 방안이 없다는 입장을 보일 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부산에 본사를 둔 청구파이낸스는 지난 주말부터 하루평균 20억원 이르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금 인출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대구.경북지역 8개 영업점 등 본사와 전국 대부분 영업점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대표이사 등 상당수 임.직원들이 잠적,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청구파이낸스 대구본점(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에는 뒤늦게 소문을 듣고 달려온 5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와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며 불안해 했다.

대구.경북 각 지점에는 이날 낮 12시쯤부터 오후 늦게까지 1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왔으나 임직원들이 점포를 폐쇄하고 잠적해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투자자 김모(60)씨는 "고수익을 기대하고 은행에 맡겨둔 퇴직금 가운데 5천여만원을 투자했으나 대표이사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들리니 웬 날벼락이냐"며 "원금이라도 찾았으며 좋겠다"며 허탈해 했다.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청구파이낸스는 대구.경북지역에만 투자자가 1천여명이 넘고 투자금은 1인당 수십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달하며 수신규모는 150억~200억원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회사측의 대응방침에 주목하면서 채권단을 구성, 소송들의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파이낸스사에도 중도해지를 요구하는 방문과 전화가 잇따랐다.

대구시 동구의 모 파이낸스사 지점은 최근 2, 3일전부터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의 중도 해지 요청이 잇따르자 지난 13일부터 보름동안 투자자들의 중도 해지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파이낸스업계에 따르면 부산시파이낸스협회 소속 11개사 사장단은 최근 긴급대책회을 열고 만기된 투자금은 지불하되 중도 해지는 중단키로 협의하고 13일부터 이같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인출사태에 대비 자금을 마련하는 등 비상에 걸렸다모 파이낸스사 한 임원은 "삼부파이낸스 사태로 자금사정에 문제가 없던 업체들까지 무더기 중도해지에 따른 자금난을 겪어 부도위기에 놓였다"며 "정부는 이같은 사태를 예상했으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金敎榮.李相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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