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사의 드라마 '마지막 전쟁'을 흥미있게 보았다. 변호사인 아내와 이 일 저 일이 신통치 않은 남편이 그 주인공이다. 사회적인 성취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아내는 남편보다 억세게 보인다. 남편은 소심하고 착하며 때로는 어리석기까지 하다. 그런 두 사람의 일상화된 싸움을 희화적으로 그렸다.
"너 허리가 어딘지 모르겠더라, 볼록볼록…" 배가 나온 제스처를 하다가 남편은 아내에게 내동댕이쳐진다. "야호! 너 없으면 못살 줄 알았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별거를 시작한 아내의 환호와 과장된 몸짓은 오히려 역설적이었다.
제목도 구성도 비슷한 미국 영화가 있었다. '장미의 전쟁'이다. 'Rose'라는 성(姓)을 가진 부부의 끝까지 가는 싸움이 그 내용이다. '마지막 전쟁'의 부부싸움은 그래도 인간적이다. 애증이 뒤섞여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행복한 끝맺음을 한다. '장미의 전쟁'은 두 사람이 다 죽을 때까지 싸우는데 그 과정이 지능적이고 잔인하며 처절하였다. 남편은 아내가 고객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음식에 방뇨를 하는가 하면, 남편이 타고 있는 작은 차를 아내는 자신의 큰 차로 뭉개버린다. 싸움은 점점 잔인함으로 치닫는다.
온 집안을 수라장으로 만든 끝에 어쩌다가 샹들리에에 매달리게 된다. 그때 남편이 말한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 아내는 대답하지 않는다. 마침내 무게를 이기지 못한 샹들리에와 함께 떨어져 두 사람은 현란하게 흩어진 파편들 위에서 죽고 만다. 이 세상에 부부가 존재하는 한 사랑과 증오의 딜레마는 끝나지 않을 터이다.
크산티페가 심한 잔소리 끝에 동이에 가득 채운 물을 자신의 머리 위에 부어버리자 "천둥이 치고 나면 큰 비가 오는게 당연하지" 소크라테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성인을 배우자로 만났다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토닥토닥 다독이며 살다가 가끔은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는 것이다. 싸움을 하되 미움이 사랑을 삼켜버리지 않도록 부디 지혜롭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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