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 후적지의 대구 도시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제일모직 후적지, 코오롱 후적지에서 개발 계획 변경 또는 지연으로 시민들의 지탄을 받아온 대구시가 대한방직 후적지 개발에서도 기업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대한방직 및 제일모직 후적지의 시 개발계획, 과제 등을 알아본다.
◇대구시 개발 계획
97년 5월 대구시는 북구 침산동.칠성동 일대 대한방직(3만7천평), 제일모직(3만6천평) 후적지에 기업.연구.숙박.레저.문화시설 등을 입지시키는 중추단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대한방직 및 제일모직에 3만여평의 아파트 개발권을 주는 대신 총 7만3천평을 시 계획에 따라 개발하는 상세계획 지구로 묶었다. 아파트 부지에서 개발이익을 얻게 하고 상세 계획지구 부지는 공익 및 상업 용도로 개발토록 한 것이다. 공익시설로 시네마컴플렉스(대한방직), 문화센터(대한방직), 스포츠센터(대한방직, 제일모직), 오페라하우스(제일모직), 미술관(제일모직), 조각공원(제일모직)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상세계획 지구에는 40층 이상 빌딩 3개동, 19층 패션 빌딩, 19층 첨단기술연구.전시.판매시설, 18층 영화전용관, 30층 청소년용 공연.오락.영상시설 등이 들어서 대구 최대의 복합문화.상업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검단동 일대에 조성되는 물류단지, 무역센터 등과 함께 기업 지원 활동의 핵심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개발현황
지난 3년동안 이들 업체는 상세계획 지구 밖의 부지에 아파트를 짓거나(제일모직) 부지를 건설업체에 매각(대한방직)해 상당한 개발이익을 얻었다.
상세계획 지구 지정 당시 제일모직의 모기업이었던 삼성그룹은 2000년 초까지 500억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한 뒤 대구시에 기부하기로 했지만 아직 착공도 않고 있다. 삼성은 수성구 내환동 종합경기장에 3만석 이상의 야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대한방직은 아파트 부지를 건설업체에 매각한 뒤 상세계획 지구 내에 어떤 시설도 건설 또는 유치하지 않았다.
업체들은 IMF 때문에 개발하기가 힘들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금도 언제 민자를 유치해 어떤 공사를 먼저 시작할지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한다.
◇왜곡된 개발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한방직 후적지 개발문제도 업체 논리에 대구시가 이끌려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대한방직은 3만7천평을 단계적으로 개발한다는 명분 아래 할인점 부지 위에 10개 이상의 영화관을 신축하는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개발이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시의 계획 개발이 변질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대한방직은 할인점 부지 1천800평에 6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지하 1층, 지상 1층을 할인점으로 쓰고 나머지에 영화관을 넣기로 했다. 할인점과 영화관을 한 건물에 집어넣어 집객(集客)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이럴 경우 부지 내 18층 규모의 시네마컴플렉스 계획이 차질을 빚어 지구 전체의 개발 계획이 뒤틀릴 수밖에 없다. 대한방직은 할인점 내 영화관과 별개로 시네마컴플렉스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한방직은 할인점 업체 유치를 조건으로 스포츠센터, 업무빌딩 등이 예정된 1만여평에 3년동안 임시 할인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가사용신청서를 제출해 당초 계획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원칙없는 행정기관
대한방직의 할인점 입점 및 극장 건립 계획에 대해 대구 북구청은 결정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11일 대구시에 사업요청서를 떠넘겼다. 이에 따라 대구시 도시계획과는 할인점 부지와 임시사용 공장 3개동 주변의 교통영향평가 의견을 북구청이 제출하도록 했다. 교통영향 평가에 이상이 없으면 대한방직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할인점 내 영화관 유치 계획으로 시네마컴플렉스 건립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일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장 3개동 임시 사용문제에 대해 특혜시비가 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대구시와 달리 북구청은 대한방직의 사업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이명규 북구청장은 15일 "할인점 부지에 10여개 영화관을 넣을 경우 시네마컴플렉스 건립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장 3개동을 비롯한 1만평 부지가 임시 할인점이 될 경우 할인점.영화관 건립과 무관하게 가건물에서 영업만 계속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구청장은 또 "북구청은 대한방직이 추진하는 계획에 분명한 반대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대구시가 분명한 원칙과 처리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결 방안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영창 사무처장은 "시설 균형 개발이라는 원래 취지를 살려 계획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옳다"며 "코오롱부지를 비롯한 대규모 부지사업에서 여러차례 시책 실패를 경험한 대구시가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한 고위 공직자도 "얼마 남지 않은 도심지 대형 부지를 기업 논리대로 개발한다면 도시계획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 놓을 수 있다는 대승적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 의회 한 의원은 "업체 요구대로 계획을 한번이라도 수정하면 다른 업체와 형평성 문제에 부딪혀 계획 전체가 바뀔 수도 있다"며 "원칙대로 일을 추진하겠다는 대구시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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