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면 가수지, 노래 못하는 가수가 무슨 가수냐?"
TV에서 립싱크(테이프를 틀어놓고 입만 뻥끗뻥끗하는 것)가 한창 문제일 때 댄스를 위주로 하는 그룹들에게 쏟아진 비난이다.
댄스그룹 H.O.T를 키워낸 이수만(가수)씨는 "이제 노래만 하는 가수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들은 가수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라고 변명했다. 립싱크를 하더라도 대중에게 즐거움만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수의 몫을 다 하는 것이고 엔터테이너는 그들에 대한 새로운 정의라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면 우리는 '딴따라'를 연상한다. 그러나 '딴따라'와 '엔터테인먼트'에는 엄청난 뉘앙스 차이가 있다. '딴따라'에는 비하하고 배척하는 뜻이 강하다. 오죽하면 연예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기껏해야 딴따라인 주제에…"일까.
'딴따라'가 효자산업
그러나 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시대다.
영화, TV, 비디오, 만화, 게임, 대중음악 등으로 구성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일본도 엄청난 힘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 한 편이 우리나라 자동차 몇백만대 판매와 맞먹는다는 얘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96년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는 3조7천776억엔(한화 약 38조원)이었다. TV 오락물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매특허'인 캐릭터 상품의 매출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 해 단군 이래 최대의 이익을 기록한 삼성 전자가 한해 동안 일본에 내다 판 4MD램과 16MD램의 총 판매액은 1천188억엔(한화 약 1조2천억원)에 불과(?)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는 우주항공산업 다음으로 큰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의 '딴따라'가 일본과 미국에서는 '효자 산업'인 셈이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쉬리즘(쉬리주의)'에 비유될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문제가 감독의 '어정쩡한' 태도였다. 진지한 예술영화를 만들든지, 아니면 재미있는 상업영화를 만들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웃기다 말고, 벗기다 말고' 했다.
'쉬리'는 확실한 오락영화 한 편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달려들어 한국 최고 흥행작이란 금자탑을 세운 작품이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대중문화 보는 눈 바꿔야
3·1절. 광복절만 되면 '일본 문화가 쳐들어 온다'고 야단 법석을 떤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날도 오후 6시만 되면 우리들의 자녀들은 TV앞에 모여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 철도 999''세일러 문'을 보곤 했다.
이것이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의 자세고 관심도였다. 정부의 개방 확대 방침으로 인해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2라운드'에 접어 들었다. 그러나 일본 대중문화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여전하다.
'외설''폭력'이란 단골 논거로 그들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폄하하기에 급급하다. 물론 이 두가지는 일본 대중문화의 견인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왜 일본 애니메이션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우리도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수 있을까 하는 건설적인 고민이 급선무다. 38조원대라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여간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보수적인 기질 때문인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는 대구·경북지역민의 시선도 참으로 냉소적이다.
"결혼하고 10년 동안 영화라고는 한 편도 못봤다"는 말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하는 것이 이곳 정서다. 대구시민회관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중문화를 공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수익금중 30%(순수예술은 무료)를 내야 할 뿐 아니라 관행적으로 대관도 안된다.
그러나 이젠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자녀들이 미래에 되고 싶어하는 '희망 1순위'가 바로 연예인이다. "기껏해야 딴따라인 주제에…"라고 하기에는 21세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카리스마는 너무 크다.
金重基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