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말은 신중히 하되 행동은 민첩하게'하는 것을(訥言敏行) 으뜸으로 꼽았다. 말만 앞세우거나 쓸데없는 말을 구질구질하게 함부로 내뱉는 것을 천박하게 여기고 항상 경계했다. 이런 측면에서 6.25당시 미군의 양민 학살사건 현장 검증차 노근리를 방문한 국회 행자위2반 소속 일부 의원들의 몰지각한 언행에는 기가 막힐 뿐이다. 학살 현장에서 의원들이 양민 학살사건대책위원장인 정은용씨에게 "미군들이 오인 사격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정씨가 "절대 아니다"고 답하는 순간 의원들 사이에서 "에이…그럴리가 없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별거 아닌데 그만 가지"라는 말도 잇따랐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이 사건에 대해 "농담삼아 한 이야기인데 유족들이 과민반응 하고 있다"고 축소 해석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이럴수가 있느냐"고 격분하고 있다. 아무리 전쟁시라지만 양민들을 기총소사와 기관총 사격으로 400여명 이상 학살한 사건을 별것 아니라고 했다면 이 사람들 제정신인지부터 물어봐야 할 판이다. 굳이 농담으로 던진 말이라고 하지만 어디 농담할데가 없어 49년간 한 맺힌 유족들의 증언장에 나와서 농담을 했는지…. 그것도 외국통신사의 추적에 의해 어렵사리 밝혀진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런 쓰잘데 없는 말을 했는지 정말 의원들의 자질이 한심스럽다. 실상 요즘들어 여야 할것없이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대의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당리당략에 걸린 문제라면 신성한 본회의장에서 욕설을 퍼붓고 멱살잡이 하는것도 불사하면서도 막상 49년 묵은 '한(恨)의 현장'에서는 별것 아니네라고 예사로 말할 수 있는 그런 의원들에게 국정을 맡겨도 될 것인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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