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일동포의 식지않는 조국사랑

지난 14일 오전 11시 매일신문사 총무국. 매년 이맘때쯤 찾아오던 낯익은 얼굴들이 올해도 잊지 않고 또다시 방문했다. 재일동포 박태준(67.일본명 石田章六)씨와 박씨를 모시고 온 이종사촌 동생 강점길(47)씨.

박씨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성금 500만원을 내놓았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예년의 경우 "불우이웃을 위해 좋은 곳에 써달라"고 말했지만 이날은 "무료급식소에 전달해 달라"며 뜻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국경제가 회복된다고 하지만 IMF 후유증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지난 91년 이후 박씨가 매년 이렇게 맡겨운 성금은 모두 15차례에 걸쳐 6천800만원에 달한다.

매일신문과 박씨의 10년 인연은 "조국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겠다"는 동포애가 계기가 됐다. 비록 핏줄이 살고 있는 고국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나서 자란 박씨에게 '좋은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종사촌 동생 강씨와 상의한 끝에 매일신문에 성금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어느 기관단체보다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박씨의 고향은 경남 함양. 엄밀히 말하면 박씨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다. 반백이 넘어서 고국의 땅내음을 처음 맡았지만 박씨의 가슴속에서 조국이 떠난 적은 없었다. 이국땅의 온갖 설움속에서도 거류민단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아버지의 애국정신이 박씨에게도 그대로 이어진 탓이다.

주류도매업 등을 통해 어렵사리 성공한 박씨에게 도움이 필요한 동포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귀향길은 그동안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 91~94년사이 박씨는 매년 봄 여름 가을 2, 3차례 성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5년전 위암수술을 받은후 건강이 좋지 않아 귀향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 한해도 성묘를 위한 귀향길을 거르진 않았다.

"조국을 느끼고 한 핏줄의 정을 나눌수 있는 귀향길이 무엇보다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15일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박씨는 다음번 '귀향약속'을 잊지 않았다.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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