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18)-쇼걸

'스크림2'에서 살인마가 휴대폰으로 랜디에게 "가장 끔찍한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온다. 랜디는 '쇼걸'이라며 "절망 끔찍했다"고 응수한다.

시나리오작가 케빈 윌리엄슨의 절묘한 '폴 버호벤 때리기'. 치욕의 극이다. 폴 버호벤은 아마 땅을 쳤을 것이다. 원통보다는 "내가 미쳤지, 왜 이런 영화를…"이라는 '회한'이 아닐까.

95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개봉됐던 '쇼걸'은 미국에서 NC-17등급(17세 이하 관람금지)을 받았을 정도로 선정적인 영화였다. 그러나 국내 개봉에서는 가슴과 엉덩이만 '무제한'으로 보여주는 쇼를 넘지 못했다. 물론 춤 동작이 모두 외설적이었지만 가슴과 엉덩이는 이미 '허가된' 노출. "뭐 이정도로 NC-17등급을 받나?"고 의구심마저 들 정도.

그러나 '강력한' 몇부분이 삭제됐다. 카일 멕라클렌이 싸구려 술집에서 누드쇼를 하던 노미(엘리자베스 버클리)를 찾는 장면. '춤의 여왕' 지나 거손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미의 전라 댄스를 감상하는 핍쇼. 신인 엘리자베스 버클리는 전라를 정면에서 보여주는 대담한 포즈로 '열연'한다. 그러나 국내 개봉에서는 버클리의 중요장면들이 잘려나갔으며 이 시퀀스는 짜깁기됐다.

또 하나는 '춤의 여왕'이 된 노미가 카일 멕라클렌의 집 수영장에서 벌이는 섹스신. 비취색 조명이 은은한 가운데 둘은 수영장 안에서 격렬하게 섹스신을 벌인다.그러나 이 장면도 폴 버호벤의 '악취미'와 엘리자베스 버클리의 '오버'로 '원초적 본능'처럼 감각적이지는 못했다.

金重基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