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 아들은 하늘의 별이 됐지만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가려줬으면 합니다."
지난달 14일 F-5F 전투기에 물이 섞인 연료를 공급받고 비행중 추락사고로 숨진 부조종사 박정수(26) 대위의 아버지 박송웅(55.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씨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직행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던 박씨는 사랑하는 둘째아들을 잃은 충격때문에 신경쇠약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지난달 18일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부인 나혜숙(51)씨와 함께 뚜렷한 수입도 없이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에서 주는 사망보상금과 공군조종사회에서 주는 위로금 등 1억3천만원 가량의 보상금이 책정돼 있다지만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지급이 미뤄지고 있어 이들 부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의 무게 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었던 박씨 부부에게 원인조사 결과 전투기에 다량의 물이 주입돼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은 또한차례 충격을 안겨줬다.
박씨는 "전투기에 연료 대신 물을 주입해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어처구니없는 일로 사랑하는 아들이 총각의 몸으로 죽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큰 아들(29) 역시 특전사 하사관으로 복무하고 있다는 박씨는 "무엇보다 공군당국이 그동안 사고원인을 감추고 유족들에게 단지 기체결함이라고만 속여온 것이 너무 괘씸하다"면서 "그동안 아들을 나라에 바친 것으로만 생각해왔는데 이럴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 대위의 어머니 나씨는 "내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하게 가리고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해줬으면 한다"며 원인조사가 마무리되면 국가를 상대로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당시 낙하산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진 조종사 김영광(32) 대위는 중상을 입어 대전통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위의 부인 엄정미(26)씨는 "남편이 건강을 회복해 기쁘지만 물이 섞인 연료가 전투기에 주입됐다는 뉴스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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