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서간 서로 다른삶의 방식 인정해야

MBC의 주말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의 한 장면.

양볼에 솜털이 송송 솟은 딸같은 동서 봉선화(채림 분)가 시댁의 지저분한 냉장고 속 내용물을 깨끗이 정리하고 신세대식 메모판을 붙였다.

'오이 5개, 파 약간, 붉은 고추 조금, 사과 6개, 우유 1통, 요구르트 2개…'

문을 열지 않아도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훤히 알도록 그림까지 곁들여 '냉장고 지도'를 붙인 봉선화는 제딴에 기발한 일을 하고도 손윗 동서(박원숙 분)에게 구박을 받는다.

대학 프레쉬맨 기혼녀로 대리출석까지 시켜가며 시집 식구들을 위해서 각종 튀김을 만들지만 이것 역시 맏동서의 질투심을 유발, 동서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갓 시집온 동서 봉선화의 '기발한' 살림솜씨가 묵은 동서 박원숙의 괜한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장면처럼 동서간 갈등은 드라마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주부 ㅈ(보험설계사)씨는 손아래 동서와 생활방식, 사고방식이 맞지 않아서 10년 이상 심한 갈등을 겪었다.

"시집온 첫해, (시)어머니 생신 때였어요. 동서가 생신 전날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뒤늦게 카네이션 한송이 달랑 들고 왔던게 동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그 뒤로 매사가 이 모양이었어요"

ㅈ씨는 "맏이로서 구슬러 보기도하고, 야단을 쳐보기도 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면서 그간의 갈등을 털어놓았다.

"동서가 변화되기를 바라던 마음을 바꿨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떤 행동을 해도 내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ㅈ씨는 말한다.

막내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사업가의 아내 ㅊ(41·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맏동서가 시댁에 올때마다 교묘하게 트집을 잡는 바람에 시어머니 시집 대신 동서 시집을 산 케이스.

사고방식의 차이와 경제력의 차이로 인한 동서간의 갈등에 못지않게 직장에 다니는 동서와 전업 주부 동서 사이에도 갈등은 일게 마련.

"직장에 다니는 동서가 집안일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잘해 줘야지 생각해도 절로 미운 마음이 치민다"며 집안 행사때마다 일복이 터진다(?)는게 전업주부 동서들의 주장인 반면 직장에 다니는 동서들은 "직장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대신 돈부담을 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대구가족상담센터 김순천소장은 "동서 갈등의 여러 양상은 갖가지 차이 때문에 생기며, 이 차이를 잘 받아들여야 동서간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힌다.

동서간 갈등의 원인은 전업 동서와 직장인 동서처럼 사회적지위 차가 있을 때, 원래 형제간에 문제가 존재했을 때, 위계 질서가 잡히지 않을때, 경제적인 격차가 클 때 등 4가지.

"항상 갈등은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는 김소장은 "동서끼리 사는 방식의 차이를 수용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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