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19)원초적 본능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92)'은 워낙 코를 간지르 듯 고감도 에로티시즘을 자극한 영화라 개봉 당시에도 잘려 나간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대단했었다.

그런 지경에서 미국에서 출시된 감독판(Director줁s Cut)의 러닝타임이 150분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감독·배우 인터뷰와 '누가 범인인가' 등 영화 뒷얘기가 30여분이 넘게 추가돼 실제 영화는 국내판과 1분여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1분은 '엑기스'. 미국에서조차 등급 논란을 일으켰던 '원초적 본능'의 폭력과 섹스라는 두가지 추구점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엽기적 살인, 양성애, 훔쳐보기 등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갖가지 코드를 담은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전편에 걸쳐 세심하게(항상 놀랍다) 가위질됐지만 크게 4개 시퀀스에 가장 많은 손질이 가해졌다. 첫 도입부, 얼음칼로 남자를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장면. 얼굴과 가슴, 눈을 수십차례 찌르는 장면에서 특히 잔인했던 몇 부분이 삭제됐다.

두번째는 유명한 심문 장면. 담배를 못피우게 하자 "나를 고소하지 그래요"라며 노팬티의 속을 보여주는 샤론 스톤. 국내에서는 꼬는 다리만 보여졌다. 허벅지 언저리를 배회하는 카메라의 '눈'에 얼굴 화끈했던 훔쳐보기 명장면이다.

중반부, 심문 장면에서 자극받은 마이클 더글러스가 샤론 스톤의 창을 엿보는 장면. 샤론 스톤은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라(全裸)의 몸이 된다. 비록 창 너머지만 샤론 스톤은 이 장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후반부, 그동안 감질나 하던 둘이 폭발적으로 섹스신을 가진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원초적 본능'을 찍을 당시 샤론 스톤을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야한' 영화에나 나오는 '싸구려' 배우라는 생각 때문. 그러나 마이클 더글러스는 마지막 장면에서 '혼신을 다하는' 섹스신을 펼친다. 실연(實演)이 아닐까 의심 드는 장면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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