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물 마를날 없는 전복희씨 '예순고개'

"며느리가 아파 누웠는데 약값 한푼 보태주지 못하고 하나 뿐인 아들이 구치소에 있어도 형편이 안돼 면회조차 못가는 어미의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백혈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며느리와 교통사고를 내 대구구치소에 수감중인 아들 생각에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전복희(59·여·대구시 남구 대명8동)씨.

전씨의 며느리 송미순(30·가명)씨가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1월. 97년 전씨의 아들 서민수(35·가명)씨와 결혼한 송씨는 달콤하다는 신혼 생활이 채 끝나기도 전 아기만 들어서면 유산이 되고 급기야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송씨는 지난 6월 친언니의 골수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 되지 않아 계속 입원과 퇴원생활을 반복 해오고 있는 실정. 게다가 아내 수술비와 입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잔업도 마다하지 않았던 서씨마저 지난 8월 말 교통사고를 내 대구구치소에 수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과정에서 며느리 치료비를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3천여만원과 교통사고 합의금 2천만원은 시어머니 전씨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되어버렸다.

건물청소일을 하면 월 40여만원 받는 전씨로서는 대출 이자 갚기도 급급해 월 20만~30만원하는 며느리 약값도 대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나 뿐인 아들이 잘 되기를 바랬는데,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손주를 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은 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교통사고 합의금 마련을 위해 전씨는 살고 있는 집을 내놓고 사글세를 얻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아들부터 구치소에서 빼내야 며느리 살길도 생길 것 같아서다. 친언니 집에 머무르고 있는 며느리 보기가 민망해서 수술 후 며느리 한번 찾아가 보지 못했다는 전씨.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지고 가는 전씨의 바람은 예전처럼 자식, 며느리와 함께 사는 평범한 것이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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