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인천화재 참사는 범죄적 인재

인천 호프술집 대형화재참사에 접하면서 도대체 이 나라에 법과 행정이 있는지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불과 넉달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참사가 났을때 수없이 강조됐던 그 대책들이 결국 일과성 허구성이었다는게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 정부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낀다.

특히 지난83년 대구 향촌동 디스코텍 초원의 집 화재참사로 25명의 청소년들이 숨진 사건의 경험을 가진 이 지방에선 남다른 감회와 함께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천 호프술집 참사는 구청.경찰.소방등의 행정력이 거의 마비됐고 건축.소방.청소년보호법등 관련 법조차 무력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거의 범죄수준의 인재(人災)였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개혁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개혁을 뭣때문에 하는가. 경제에만 초점이 맞춰질게 아니라 이런 우리사회구조의 원시성을 벗고 선진화로 가자는게 개혁이 아닌가.

그런데 나타나는건 원시성사건.사고의 반복뿐이니 정말 한심하고 안타깝다. 불이 난 지하1층 노래방 수리현장에 소방의 문외한인 아르바이트학생이 뒷마무리를 하는 것부터가 잘못이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천장수리에 지장이 있다고 해서 스프링쿨러 15개를 모조리 뜯어내 버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 수리를 한건지 불을 내려고 아예 작정한건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이것만 그대로 있어 작동했더라면 초기 진화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더욱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2층 호프술집의 내부구조에 있다. 불이 났다는데도 100여명의 학생들이 빽빽히 들어찬 출구를 술값을 받을 욕심으로 주인이 아예 잠가 버렸고 다른 비상구까지 없었으니 이건 죽일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이 술집은 무허가로 직장폐쇄명령을 받아 평소에도 유일한 출입문을 닫아놓고 장사했다고 한다. 그 속에 초기진압용 소방시설이 전혀 없었으니 불이 나면 대형참사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소방당국은 넉달전에 '이상없음'이라 점검했고 구청의 현장단속은 눈뜬 장님이었다. 이 일대 술집은 중고교생들이 판을 치는 곳인데 경찰단속은 없었다. 건축법상 4층이하 건물엔 바상구가 없어도 되고 소방법상에도 큰 소화시설이 없어도 용인된다고 한다. 이게 우리 행정과 법의 현주소이다. 엄한 문책도 있어야 겠고 차제에 법도 현실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 이런곳이 전국 도시에 수없이 많다. 이번엔 지자체에 맡길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서 실질대책을 세워야 한다. 청소년 출입업소는 가히 '무법천지'라는 사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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