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열하는 유족들

○…31일 새벽 5시께 인천시 중구 인현동119 상가건물 화재사고로 숨진 서영민(15.중학 2년)군의 빈소가 차려진 인천 길병원 영안실.

서군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통곡하는 유족들 사이에서 영안실 바닥에 누워있던 서군의 어머니 김분녀(38)씨는 갑자기 일어나 "영민이 찾아와…. 영민이 어디 있어….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고 흐느끼다 실신해 버렸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서군 부모에게 수면제까지 먹이며 안정을 찾게 하려던 유족들의 노력도 소중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서군의 큰어머니 김일순(52)씨는 "외아들인 영민이는 만나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상가 건물 안에 들어간지 10초도 되지 않아 변을 당했다"며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어린 학생들이 한꺼번에 죽었다는 것은 단순한 화재사고가 아닌 분명한 '인재'"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중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난 상가건물 2층 호프집에서 숨진 장병훈(25.회사원)씨의 영안실에서도 10여명의 가족이 장씨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넋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며 슬픔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장군의 형(36)은 "병훈이는 얼마전 군에서 제대한후 회사에 다니면서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겠다고 호프집에서 일하다 변을 당했다"며 "어린 아이들이 한꺼번에 숨진 이번 사고의 경우 청소년들의 술집 출입을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영안실 주변에서는 자식잃은 유족들과 친구 잃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오열이 끝없이 이어졌다.

○…화재참사가 발생한 뒤 새로운 하루를 맞은 31일 오전 10시께 희생자 5명의 빈소가 차려진 중앙 길병원 영안실은꼬박 밤을 샌 초췌한 모습의 유족들이 영정을 지키고 있었다.

희생자 가족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소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으나 여전히 얼굴 가득 슬픔을 머금고 있었으며 일부 유족들은 바닥에 누워 흐느껴 울며 사랑하는 가족이 숨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서영민(15.중학 2년)군의 사촌형(21)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많이 죽는 대형사고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노이화(18.여.인천여상 3년) 양의 빈소가 차려진 영안실에는 이날 아침 일찍 노양의 학교 친구 10여명이 찾아와 노양의 사진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믿을 수 없어'라고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노양의 친구 김모양(18)은 "이화가 죽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요…. 얼마 전까지만해도 같이 웃고 얘기하고 그랬는데…"라며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영안실에는 이들의 사고소식을 접한 친지와 친구들의 애도의 발길이 새벽부터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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