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음반-앙드레 가뇽 세번째 앨범 '가을의 꿈'

아무도 없는 바닷가, 나뭇잎 사이로 조각조각 햇빛이 반짝이는 오솔길, 비온 뒤 아직 개지 않은 하늘....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나면 마치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고 난 듯한 느낌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낯선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낯선 모습의 나. 그러나 소설의 스토리는 아주 낯익다. 가뇽의 음악은 구체적인 정황을 묘사하기 보다 각자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기억을 환기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이 유난히 드라마와 영화, 광고 속에 자주 삽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한 공연(11월1일 오후8시 대구시민회관)에 맞춰 한국에서는 세번째로 앙드레 가뇽의 앨범 '가을의 꿈'이 발매됐다. 여느 뉴에이지 스타일과의 차별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현악 앙상블과 함께, 때론 어쿠스틱 기타나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자분자분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그의 드라마틱한 수법을 음미해볼만 하다.이번 앨범에는 윤회론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철학적인 작품 '영원한 회귀'를 시작으로 14개의 자작곡과 2개의 리메이크곡이 수록돼 있다. 비장한 첼로 선율과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로빈의 음성이 심금을 울리는 '아리아', 세월에 대한 번민과 아쉬움을 담담하게 그린 '벌써 한해가', 단아한 선율과 깨끗한 리듬이 인상적인 '비온 후에' 등 매곡마다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여름에 듣더라도 가을이 느껴질 것 같다.

申靑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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