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석경씨 장편소설 '내 안의 깊은 계단'

고도 경주에 둥지를 튼 소설가 강석경씨가 장편소설 '내 안의 깊은 계단'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냈다.

96년 장편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이후 3년만에 선보인 신작. 이 소설은 얼마전부터 고분과 매장문화재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중인 작가가 오랜 구상과 취재를 통해 작품속에 반영시킨 결과물이다. 진정한 삶을 찾아 방황하는 젊은이를 그린 소설 '숲속의 방'이 80년대 현실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번 신작은 90년대 삼십대가 겪는 정신적 방황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강희와 여동생 소정, 사촌 강주와 약혼자 이진을 소설의 중심축으로 설정한다. 첩의 아들인 강희는 연극연출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인물. 한 여자에게만 구속되는 평범한 결혼생활 대신 자유롭게 여러 여자와 동거하는 생활을 선택한다. 하지만 사촌의 약혼자인 이진에게 접근, 결혼에 성공한다.

강희의 여동생 소정은 오빠와 전혀 반대되는 인물로 중국여행중 한 일본인을 만나 순수한 사랑을 배우지만 불행한 결혼생활끝에 홀로 이민을 선택한다. 반면 성실한 고고학도인 강주는 이진과 결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이진은 강희와 결혼하지만 강주가 남긴 아이를 키우며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간다는 줄거리다. 작가는 이 네 명의 등장인물을 축으로 광기의 사랑, 순수한 사랑을 대비시켜 이 시대 삼십대의 진정한 구원을 위한 방황을 그려내고 있다.

음악과 고고학, 연극에 대한 작가의 식견과 독일.중국에 대한 저자의 풍부한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이 소설은 작가의 현실인식이 90년대로 확장되면서 더 깊어지고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작가 강씨는 "천오백년간 캄캄한 지하세계에서 비상을 꿈꿔온 새의 이미지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며 "소멸과 재생이 되풀이 되는 윤회하는 삶을 고고학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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