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나라망칠 비리경찰 도려내라

도대체 이 나라에 경찰이 뭣때문에 존재하는건지 강한 회의감을 갖지 않을수 없다. 인천의 호프술집 화재참사 뒷면에도 경찰비리가 양파껍질처럼 속속 벗겨지고 있다. 이번 화재참사도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핵심이 경찰이 철저한 단속을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 일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것만 11번의 경찰 112신고가 있었지만 한번도 단속한적이 없었음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신고일지까지 조작했다니 기가 막힐일이다.

화재가 난 호프술집인근은 이른바 '해방구'라 해서 주로 학생들이 출입하는 업소로 빼곡히 들어찬 지역이었다. 그런데 청소년이 출입한다는 신고전화를 받고 11번이나 출동해서 '이상없었다'는 보고일지를 만든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정말 한심하다. 이런 '해방구'가 전국의 도시치곤 없는곳이 없고 그곳은 가히 무법천지나 다름 없는게 현실이다.

또 업소를 관장하는 경찰간부가 호프술집 업주의 집에 공짜전세를 살며 호형호제(呼兄呼弟)했다든가 노래방 수리에 청원경찰까지 보내 일손을 거들게 했다는 대목에선 국가공무원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직업윤리나 도덕성마저 내팽겨친 '타락한 경찰상'을 보는것같 아 한심한 지경을 넘어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아직 극히 일부이지만 상납장부에서 밝혀진건만 봐도 왜 단속이 안됐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제3의 단속반이 비밀리에 나간다해도 그 사실을 업주에게 미리 통보해주는 경찰 내부의 공조자(?)가 있는한 유흥업소 단속은 일종의 코미디에 그친다는 사실을 그 장부가 대변하고 있다.

이런 경찰.업주와의 공생관계가 이번 화재업소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인데다 뿌리깊게 고착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찰의 업소비호는 폭력배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는게 이번에 드러난 것도 충격적이다. 봐준 업소를 제외한 다른 경쟁업소를 철처히 단속해 버리면 자연 그 손님들은 비호 업소로 몰리게 된다는 사실에 접하곤 벌인 입을 다물수가 없다. 이건 경찰이 아니라 업소 손님몰이꾼으로 전락한 것이다. 거기다 대구의 경찰간부는 폭력배로부터 돈을 뜯었다 해서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지난 4월에는 마약사범의 지명수배 해제와 불구속 재판 핑계로 500만원을 챙긴 경찰 간부가 구속된 바 있다. 물론 12만 경찰중 극히 일부지만 이 일부가 대형 참사를 일으키는 인자(因子)라면 과감하게 색출해 도려내야 한다.

경찰청장은 지방청장들과 함께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특단의 자정(自淨)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검찰도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경찰 비리가 생각보다 위험한 수준에 와있는 현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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