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가공업체인 ㈜정금캐스팅(대구시 중구 남산1동)을 경영하는 이정호(46·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매달 20일이 되면 은행으로 간다. 이 날 이씨가 준비하는 돈은 100만원. 이 돈은 이씨의 공장이 있는 남산1동의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 20명의 통장으로 각각 5만원씩 보내진다.
이씨가 이 일을 '월중계획'으로 잡은 것은 지난 92년 8월. 91년 중구 교동시장에서 남산동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한 뒤 공장주변에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고부터다.
지금까지 이씨의 도움을 받은 이웃은 모두 1천520가구. 이씨는 만 7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들에게 7천960만원을 아무 조건없이 내놓았다.
"왜 줬느냐고 물어도 답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돕고 싶더군요"
이씨의 고향은 경북 영풍의 산골마을. 7남매의 맏이였던 이씨는 30년전 중학교를 졸업한 뒤 차비만 달랑 들고 서울로 올라가 귀금속 세공기술을 배웠다.
상경 10년만인 지난 79년 자립, 대구로 내려온 이씨는 20년만에 연간 8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지난 해에는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내수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지만 이씨는 미국·중동 등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덕분에 수출을 처음 시작한 지난 해에는 270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렸고 올해도 350만달러는 거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사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아직도 종업원들과 함께 작업장에서 땀을 쏟는다. 항상 바빠야한다는 것이 이씨의 신조.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이 도움을 주는 사람과 만나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도움을 줬으면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낫습니다. 괜히 몇 푼 주고 그 사람 앞에서 너스레 떠는 것처럼 비치면 곤란하니까요"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공장에서 하루종일 일하는데 왜 필요하냐"며 아예 살 생각조차 않는 이씨.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써서는 안된다고 항상 되뇌이며 산다.
자신의 기술을 전해주는데 인색하지 않은 이씨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지체장애인들을 지난 해부터 고용해왔고 현재 일하고 있는 4명을 비롯해 모두 30여명의 장애인들이 이씨의 공장을 통해 세공기술을 익혀 나갔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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