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원기·이길재씨 일문일답

지난 89년 서경원(徐敬元) 전 의원 밀입북 사건 당시 평민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6공 정권측의 공작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불고지 부분과 1만달러 수수 부분은 결코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원기 고문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이길재 의원이 급히 만나자고 해 그런 사실을 알게됐고, 바로 김대중 총재께 보고했다. 김 총재가 본인에게 확인하라고 해서 전 의원을 불러 확인했다. 김 총재에게 다시 보고하니 자수시키도록 하라고 했다.

그래서 검찰이나 안기부, 어디로 자수를 시키느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평양을 갔다온 사안이면 안기부 소관이라고 판단했다. 또 자칫 야당을 골탕먹이는데 악용될 수 있고, 아랫선에서 장난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도 있고 해서 박세직 안기부장에게직접 자수시키기로 했다.

김 총재도 "박 부장이 믿을만 하니 바로 자수시키라"고 지시했다. 박 부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서울에 없었다. 전화를 통해 '급한 일로 만날 일이 있다'고 했더니 '지방일정을 마치고 가는데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2, 3일 뒤에 박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로 말할 수 없냐'고 해서'중요한 문제다. 조용히 만나자'고 했더니, 박 부장이 '그러면 우리집이 낫겠다'고해서 안기부장 공관에서 전 의원과 같이 가 자수시켰다.

그러자 박 부장이 '참 고맙다'면서 '현역의원 신분이니까 불구속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로부터 2, 3일후 뒤 박 부장이 '내일 서경원 의원을 R호텔 커피숍으로 보내달라. 그러면 우리가 담당할 사람을 내보내겠다'고 해서 서 전 의원을 보냈다.

-1만달러 얘기는 들었나.

▲당시 서 전 의원은 옷 해입을 돈이 없어 두루마기를 입고 다녔다. 내가 양복도 해줬다. 의원회관서 라면까지 삶아먹고…, 품위상 문제가 있을 정도였다. 김 총재가 돈이 생기면 오히려 돈을 줬겠지, 그런 사람한테서 돈을 받았겠나.

-김 총재는 처음 밀입북 사실을 보고 받고 뭐라 그랬나.

▲상당히 심각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사건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길재 의원

-당시 상황은.

▲서경원이 구속되기 앞서 나한테 와서 '큰일났다. 평양갔다 온 것 때문에 안기부에서 조사해 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나는 그 전까지 구체적으로 몰랐다.

서 의원이 그 전에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을 만나야 겠다'고 해서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김일성(金日成) 주석을 만났는데 김 추기경에게 의사를 전달할 것이 있다'는 식의 토막적인 얘기는 했다. 어쨌든 서 전 의원이 정식으로 나한테 방북사실을 얘기한 날 김원기 총무를 즉각 수소문해서 사실을 얘기했다.

김 총무는 당시 내가 얘기했더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걱정했다. 당시 영등포 보궐선거를 앞두고 큰일났다고 걱정했다.

-당시 수사때는 어떤 일이 있었나.

▲밤잠을 안 재우고 수사하며 서경원과 김 총재 사이의 관계를 나한테 확인하려고 했다. 증인으로 나를 이용하려고 했다.

김 총재가 밀일북 사실을 알고, 보고도 받고, 돈도 1만달러를 받았다는 서 전의원 자백을 내 입을 통해 증언듣고 싶어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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