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툇마루

서울의 모 방송국에서 차장으로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평소 열심히 일하는 실력있는 친구인데, 그 날은 무척 착잡해 보였다. 들어본즉, 요즘 미국으로 가 새 분야에서 대학원 공부를 다시 시작할까 궁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 뿐만 아니라 방송국의 동료들도 대부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어떤 친구는 프랑스로 가 요리기술을 배울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 주었다. 실은 그 친구만이 아니다. 최근 20년 가까이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자신있는 자기 분야에서 힘 없이 떠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런 친구들이 걱정이었지만, 더 큰 걱정은 우리 사회이다. 40대 중반만돼도 폐기되는 사회, 20여년간 쌓아온 전문지식과 경험도 함께 폐기되고 마는 사회가 과연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 전문성과 경륜이 제대로 평가받고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홍덕률(대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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