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취향 소설의 강세 속에서도 깊이 있는 주제의식과 탄탄한 구성, 개성있는 문체로 한국 소설문학계에서 뚜렷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30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잇따라 나왔다.
심상대씨가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솔 펴냄)를 냈고, 성석제씨가 소설집 '홀림'(문학과 지성사)을, 윤대녕씨가 장편소설 '코카콜라 애인'(세계사)을 출간했다. 또 민경현씨가 소설집 '청동거울을 보여주마'(창작과 비평사)를, 장정일씨가 중편소설 '중국에서 온 편지'(작가정신)를 각각 냈다.
정확하고 섬세한 문장과 풍부한 어휘 등으로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는 심씨는 이번 소설집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광주 비극을 형상화한 '망월'과 끈끈한 에로티시즘을 바닥에 깔고 진정한 여성해방의 문제를 다룬 '늑대와의 인터뷰', 세태소설 '백조아파트 119사건' 등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성석제씨의 '홀림'에는 이전 소설보다는 덜하지만 특유의 해학과 풍자, 능청스러움과 익살이 여전히 녹아 있다. 8편의 단편 모두 '인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 인생의 축소판이라할 노름판과 춤판, 술판 등을 소설 공간속으로 끌어와 다양한 인간군상의 속성을 거침없이 훑어낸다. 작가는 온갖 부류의 인간들의 삶 속에서 희극성을 드러내고, 이를 인생의 비극적 조건으로 치환시키는 역설적인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윤대녕씨의 장편 '코카콜라 애인'은 구성작가인 '나'를 중심으로 우연찮게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계기로 진정한 자기 존재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소설. 마약과 매춘에 손을 대고 있는 '코카콜라 클럽'을 무대로 작가는 '나'와 여러 인간과의 만남을 통해 불연속적인 삶의 고통을 포착해내고, 존재성을 회복하려는 한 인물의 여정을 보여준다.
한편 장정일씨의 신작 중편 '중국에서 온 편지'는 억울하게 죽은 진시황의 장남 부소의 입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시황이라는 인물을 설정, 권력의 속성을 드러낸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권력의 속성을 향해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파격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특히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묘사와 서술로 소설읽기의 색다른 맛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아버지'로 대변되는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전복적인 글쓰기의 연장으로 읽힌다.
신예 민경현씨의 소설집 '청동거울을 보여주마'는 무속인이나 탱화 화가 등 정신세계에 깊숙이 몸을 담그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원초적인 주술 세계와 원형적 삶이라는 화두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인간성 상실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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