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옷로비 조작 실체 누구인가

옷로비특검팀이 새 물증을 제시하면서 강력한 수사의지를 피력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는건 퍽 고무적이다. 이 물증은 청와대 사직동팀의 첫 내사보고서와 김정길대통령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씨가 전통일원장관 부인 배정숙씨와 나눈 통화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배씨의 사위집에서 찾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녹음테이프내용을 보면 김정길 대통령정무수석의 부인인 이씨가 청문회전에 배씨에게 전화를 걸어 연정희씨의 코트구입 날짜를 26일로 하자고 제의하며 이는 연씨와도 얘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건 이들 관련 부인들이 조직적으로 위증모의를 했다는 사실을 우선 뒷받침하는 생생한 증거임은 물론 그 주도적 역할을 지금까지 거의 등장안된 대통령정무수석의 부인 이씨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 이는 옷로비사건은 지금까지 거론된 이형자.연정희.배정숙.정일순씨 사이에서 일어난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제3의 인물들이 상당수 개입했다는 방증으로 사건 성격도 예상보다 의외로 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욱 충격적인건 사직동팀의 최초내사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 배씨의 사위집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물론 청와대 박주선법무비서관은 그런 보고서는 없다고 부인했지만 특검팀은 이번 수사의 방향을 잡는데 결정적인 물증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당장 드러난게 연정희씨의 코트반납일자가 1월8일로 기재된 것인데 이는 1월5일이라 밝힌 그후의 사직동팀의 내사내용이나 검찰수사를 결정적으로 뒤집는 중요한 물증이다.그뿐이 아니다. 사직동팀은 청와대특명사건을 조사하는 기관인데 이 보고서라는 공문서가 어떤 경로로, 누구가, 유출했는지도 발혀져야 할 대목이고 이게 밝혀지면 옷사건이 의외의 다른 사건으로 급변하는걸 의미한다. 게다가 청와대 보고서라면 최종 보고선이 과연 어디까지인가도 귀추가 주목되는데다 만약 그게 대통령이라면 이 사건 축소.은폐의혹은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덧붙여 의문이 제기되는건 이번 옷로비 사건이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라면 당시 검찰총장 부인인 연정희씨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치곤 너무 조직적이고 방대하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사직동팀의 내사직전에 라스포사엔 조심하라는 팩스가, 몇몇 관련자들에게 같은 내용이 전달된 것도 너무 의도적이고 사전 계획적이라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검찰총장 부인의 보호막치곤 너무 방대하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대목이 바로 특검팀이 최종적으로 밝혀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