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 문건 파문에 이어 검찰의 옷 로비사건 축소의혹이 불거지는 등 악재가 터지고 있는데도 여권이 적극적인 민심수습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정국불안이 가중되고있다.
언론대책 문건 파문에 대한 국정조사는 증인선정 문제로 표류하고 있고 청와대 보좌진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옷 로비 축소의혹에까지 휩싸이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보좌기능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정원의 6·3선거 개입의혹과 검찰의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사건 재조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권의 국정운영시스템은 마비상태에 가깝다.
권력핵심인 청와대가 적극적인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하자 정부와 국민회의, 자민련 등이 제각각 어설프게 대응하는 바람에 정국은 수습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권이 정국을 이끌만한 역량을 집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동여권의 핵심지도부는 연일 선거구제 문제를 둘러싼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불안한 국면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신당창당과 합당 등의 정치일정을 진행시키면서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공동여당의 한 축인 자민련 박태준총재가 "대통령 참모들이 좀 더 책임있고 철저하게 보좌하는 문제를 잘 생각해야 한다"며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직접 지적하고 나섰다.
서전의원 사건에 대한 검찰 재조사도 이같은 정국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여야의 공방과는 별도로 국민들은 검찰이 간첩죄가 확정돼 복역하고 나온 서전의원의 주장에 따라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데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박총재도 이날 "10년이 지난 사건인데다 대통령이 약할 때 당한 일이라고 국민이 이해하고 있는데"라며 재조사에 대한 '역풍'을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간첩이 수사관을 쫓는 희한한 세상이 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뀐 훗날 다시 재조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을 가장 당혹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특별검사팀의 옷 로비사건에 대한 재조사로 검찰이 축소수사했다는 의혹이다. 최병모 특별검사가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밝혀내자 청와대는 특별검사의 수사중간발표는 위법이라는 식으로 대응하다가 여론의 비난만 받고 근본적인 수습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특검으로 드러난 검찰의 축소수사는 사실 여권의 국정운영시스템이 마비됐다는 반증이다.
김종필(金鍾泌)총리가 19일 예결위에서 "옷 로비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경찰의 축소·은폐가 있었다면 관련자는 누구든 의법처리하겠다"며 단호하게 답변했으나 이는 여권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여권의 조기 진용개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장 문제점이 드러난 청와대 보좌진과 일부 내각을 개편,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국대응 역시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잇단 악재가 돌출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무차별적인 대여공세를 계속할 뿐 국민들의 의혹을 속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정국운영의 한 축이면서도 집권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당력을 집중시킨 대여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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