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들교회 공동체 식구들은 찬 바람이 몸에 닿는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지금은 세상에 없는 노숙자 김모(52)씨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다.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준 성탄절 선물 때문이다.
지난해 성탄 이브, 알콜중독 증세로 거리를 전전하던 김씨가 오랜만에 교회를 찾더니 생뚱한 얼굴로 선물을 내밀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빛바랜 금박종이를 더덕더덕 붙인, 더 할 수 없을 만큼 촌스럽게 보였던 크리스머스 트리. 이로부터 불과 2~3개월 뒤 세상을 버린 김씨에 대해 빈들공동체 양희창(37.경북 김천시)전도사는 "모든 가치가 돈으로 측량되는 사회에서 소외된 한 평생을 살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이웃의 사랑을 갈구했던 사람"으로 회고했다.
양 전도사가 지난 90년 초 대구시 중구 동인동에 '작은교회'를 열면서 첫걸음을 내디딘 빈들공동체 식구는 10년이 지난 현재 시민운동가, 교사, 의사, 회사원, 근로자 등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80여명이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거창한' 이상 보다 상대방에게 구체적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지만 진정한 공동체가 이들의 소박한 목표.
이에따라 빈들공동체는 독거노인 돕기, 무료 급식 및 진료, 불우아동시설 방문 등 정기적 활동 외에 지난해부터는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 노숙자 쉼터를 개소, IMF 사태 이후 거리로 쫓겨난 이웃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같은 과정에서 김경수(41.회사원)씨 부부, 문양식(34.교사)씨 부부 등 공동체 부부 다섯쌍이 태어나기도 했다.
이달초엔 대구시 남구 봉덕동 남구청 건너편으로 교회를 옮겨 시민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테리어 외에도 전자악기, 대형 스피커, 장구, 영사기 등 각종 시설물을 마련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 것을 우려했으나 식구들의 자원봉사로 어렵잖게 그럴듯한 문화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빈들공동체는 시민들이 강연회,영화시사회, 음악회, 성악회 등의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이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양 전도사는 "세파에 찌들리고 지친 시민들에게 쉬고 대화를 나누며 이웃을 느끼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화시설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053)474-3133
李宗泰기자
































댓글 많은 뉴스
오발 막겠다고 '빈 총' 들고 경계근무 논란 1군단장 직무배제
뜨는 명물 달성공원 새벽시장 '관광 명소화' 해법은?
대구·경북 경찰서 한곳 장기 근무 1600명…"향찰 방지는 필요, '순환' 능사 아냐"
오세훈·유승민 한남동서 2시간 독대…"탄핵 넘고 보수 통합해야"
경북 영천·경산 주민들, 대구도시철 1호선 영천(금호) 연장사업 기본계획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