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독교성지 옆 회교사원 신축

미국 하버드대학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냉전 종식과 함께 이념 대결은 막을 내리고 종교와 문명의 충돌이 본격화된다고 진단했다.

헌팅턴 교수의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할 만한 문명 충돌의 또 다른 사례가 예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인 이스라엘의 나사렛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 교도들은 23일 나사렛의 성수태고지 성당 바로 옆에 이슬람 사원을 신축하는 문제를 놓고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두 종교간의 불화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교도 3천여명은 이날 성수태고지 성당 바로 옆에서 이슬람 사원 신축 기공식을 강행했다.

나사렛의 성수태고지 성당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알려준 곳으로 기독교의 주요 성지들 중의 하나로 보존되고 있다.

이에 맞서 기독교도들은 이슬람 사원 신축에 항의해 22일부터 이틀째 나사렛 일대에서 성당과 상점 문을 걸어 잠그고 항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또 이번 이슬람 사원 신축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기독교도들이 또 다른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마 교황청도 이날 이스라엘 정부가 종교간의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며 기독교도들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요아킴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스라엘 정부의 이번 결정은 두 종교간의 향후 갈등과 긴장의 씨를 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은 이슬람 문명권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영향력이커지고 있는 이슬람 교도들을 달래기 위해 사원 신축을 허용하면서 비롯됐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은 이번 결정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하며 기독교도들의 안전과 권익은 철저히 보호될 것이라고 교회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로마 교황청의 비난 성명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로마 교황청의 오래된 습관"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사원 신축 문제가 기독교도와 이슬람 교도 사이의 분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이는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협상을 앞두고 이슬람내 기독교들의 지지 확보를 노린 것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일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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