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6일 저녁 만찬을 통해 총리사퇴 시기를 내년 1월 중순으로 연기키로 합의한 것은 어떤 정치적인 의미일까.
이는 김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에 김총리가 양보한 꼴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그렇다면 삼고초려의 자세로 총리공관까지 찾아간 김대통령의 '몸 낮춤'이 일단 성공한 셈이다. 내각제개헌 유보때도 그랬지만 중요 고비마다 김대통령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김총리가 마지못해 따라가는 형국이다.
김총리의 당 복귀 연기는 두 사람 모두에게 합당논의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것이다. 정기국회 와중에서 합당논의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총리도 합당을 둘러싼 자민련 내부의 의견을 사전조율할 필요가 있다.
이번 만찬회동을 통해 DJ와 JP는 합당문제를 직접 논의하지 않으면서도 김총리의 1월 중순 사퇴합의를 통해 사실상 합당논의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청와대 측은 김총리가 일정한 정도의 공천권을 지닌 실세 신당총재가 되고 신당의 강령에 내각제의 명시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정치 고단수간의 선문답이 대단하고 계산술이 복잡하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날 만찬에서 김총리가 합당을 양해했다거나 심지어 합당에 합의했다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사실 청와대 쪽의 구상은 합당을 통해 단일여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국정 후반기에서는 김총리가 당을 맡고 박총재는 총리를 맡는다는 것이다. 즉 김대통령은 국정전반 및 외교통일분야를 맡고 김총리가 정치분야, 박총재가 경제분야에 치중하는 소위 '3자 역할분담론'이다. 임기말까지 공동정권을 운영한다는 전제아래 집권 후반기 여권 수뇌부의 포지션 배치도이다.
그런 점에서 본인이 강력 고사하고 있지만 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의 총리 카드설도 여전히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날 DJP회동 결과는 합당방향을 시사했으며 DJT 3자간의 역할분담론이 갈수록 구체화될 소지를 남겼다.
한편 이날 부부동반 만찬은 오후 8시2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간간이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으며 두 사람은 별도로 중요한 밀담으로 보이는 25분 정도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김총리의 외유를 두둔하려는 듯 남미 방문일정을 꺼내면서 "필리핀에서는 크리스마스가 3개월"이라고 했고 이에 김총리는 "브라질에서는 카니발을 반년이나 한다"고 화답했으며 김대통령이 다시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참 부지런하다"고 하자 김총리는 "신바람만 나면 뭘 하든 잘 하는 민족"이라고 맞장구쳤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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