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TV뉴스를 본 사람들은 장쩌민(江澤民) 중국주석과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장시간동안 서로 꼭 껴안고 왼쪽볼 오른쪽볼을 번갈아가며 요란하게 부벼대는 모습을 보고 공감을 가질만 했다. ◈미국이 유럽연합의 손을 잡아끌고 가는 곳마다 인권이 주권에 우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러의 '내정차원 문제'에까지 휘젓고 다니는 데 얼마나 속이 뒤틀려왔는지를 짐작케 한다. 마치 '시누이 올캐가 춤추는데 가운데올캐인들 못출까'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중.러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취해온 군사외교적 문제해결방식을 '신간섭주의'의 표본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패권주의.내정간섭'에 입을 맞춰 성토했다. 옐친이 노구에다 병약한 몸을 이끌고 북경행을 강행한 것은 러시아가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미국에 양보했지만 돌아온 건 냉대와 국가위상 추락 뿐이기 때문. 한때 '판.슬라비즘'을 내걸고 국제사회를 종횡했던 그 옛날의 영광을 생각하면 비통함 뿐일 것이다. 미국이 체첸문제 처리방식을 놓고 또다시 젓고 나서자 더는 못참는다는 오기를 터뜨린 셈이다. ◈중국으로서도 나름의 흉중엔 자신들의 국력이 충분히 자라 미국을 압도할 때까지는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과 공조하는 데 있다. 또 국방력 강화를 위해서도 러시아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중국 해군의 작전개념은 이미 연해방어에서 원양해군으로 바뀐지 오래다. 항공모함보유가 필수적인 신작전개념을 떠받쳐줄 우군은 러시아 뿐이다. 수호이-27전투기를 200대나 사들인 나라도 중국이다. 뿐 아니라 러시아의 체첸과 진배없는 신장, 티베트, 대만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의 백악관 참모들이 7일 이후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모습에서 향후 세계질서의 재편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주한 미군이 영종도 신공항내 5곳의 시설을 무상임대하라는 압력을 우리정부에 넣고 있다. 착잡한 주권국민의 심정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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