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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가장 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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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는 국립서울정신병원 소아청소년 병동의 환자이다. 17세인 그는 정신지체와 분열증상이 있는데, 가끔 나에게 도화지에 그린 이상한 그림과 괴상한 기호, 글자가 쓰여진 그림을 선물로 준다.

선물을 받고 내가 기뻐하면 D는 덩달아 즐거워 한다. 동작치료 시간에는 D가 그린 그림의 상징성을 움직임으로 표현시키기도 하고, 내가 D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면서 그의 내적 느낌을 같이 공감해 보기도 한다. 이는 D와 내가 진실로 가까와지는 길이 된다.

D는 무언가 제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벽에 머리를 계속 부딪쳐서 피를 내기도 하고 땀을 흘리며 괴성을 지르기도 했는데 요즘은 거의 그 증상이 없어졌다.

또 다른 선물은 필자가 지난 시간 긴 아픔 속에 머물때 한 아름다운 이가 보낸 글이 오랜 시간 가슴에 아릿함으로 남아있다. 그 글 속에는 -누구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인품을 지닐 수 있지만 삶이 끊임없이 고통스러울때, 진정 자신의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람은 귀하다고,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나무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수분만 몸에 지니고 나머지는 다 내어 놓는다고, 그래야 얼어죽지 않는다는 자연의 이치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선물이라면 항상 물질적인 것을 생각하게 된다. 으레 돈이니 좋은 물건을 생각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추억'이라고 말하고 있다. 좋은 추억, 좋은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진실을 가지고 있다. 좋은 추억은 설령 우리가 움직이지 못할 때도 눈빛으로 줄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군가가 나에게 남긴 좋은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분순.한국무용치료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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