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충돌이 가장 실감나는 장면은 뭐니해도 자동차다. 시험이든 실제든 그것에는 어느 한 편 혹은 양쪽 모두 엄청난 결과에 아찔해 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면충돌 후 휴지처럼 찌그러진 자동차의 모습들에서 솔직히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가 자신과는 상관없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렇지만 마이카 시대인 지금은 어느 누구도 정면충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비록 방어운전의 대가라도 마찬가지다. 단지 확률적으로 그 가능성이 조금 낮을 뿐이다. 국산 준중형승용차들의 안전성이 수준급이라는 소식이다. 건교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험했다고 한다. 비록 미국 도로안전국 수준에 맞추기는 했지만 시속 56㎞로 달려 콘크리트 벽을 들이 받는 시험 결과다. 그렇지만 시민단체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에어백을 달고 한 이 시험이 에어백 장착 차량이 많지 않는 국내의 현실과는 너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옳은 주장이다. 정부는 왜 에어백 없는 자동차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도록 방치해놓고는 시험은 에어백을 달고 했을까. 궁금증을 내게 하는 대목이다. 너는 바담풍 해도 나는 바람풍 한다드니 그 꼴이다. 횃대 밑에서야 누군들 호랑이 못 잡을쏘냐. 이것 빼고 저것 빼는 정부의 묘수가 혀를 내 두르게 한다. 정부의 혀 내 두르는 솜씨는 이것만이 아니다. 하나도 밤새울것 없는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구속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 간의 정면충돌 예상도 따지고보면 양쪽 다 에어백 단단히 달고 벌인 쇼 같다. DJ와 JP의 정면충돌 피하기는 또 어떤가. 에어백을 몇 겹 달았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영남불교대학의 우학스님이 쓴 베스트셀러 '저거는 맨날 고기묵고'가 생각난다. 저거는 맨날 에어백 달아 웬만한 정면충돌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그러나 에어백 없고 맨날 고기도 못먹는 백성들의 현실은 어떤가. 열 골 물이 열 골로만 흘러주면 다행히 열개의 개울에 불과 할 것이지만 그 열 골 물이 한 골로 몰리면 홍수가 되는 법. 이런 홍수와의 정면충돌에도 피하는 묘수까지 정부는 갖고 있을까.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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