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장부는 평생동안 세번 운다고 했다. 그 첫번째가 태어날때 우는 것이고 다음으로 부모 돌아가실 때, 마지막이 나라를 빼앗긴 망국(亡國)의 설움에 목 놓아 운다고 했다. 이처럼 못견디게 서러울땐 가슴으로 통곡하고 처신은 태산같이 무겁고 당당한 사람을 '사나이중의 사나이'로 꼽았던 것이 우리네 전통이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인간 감성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시대에 꼭 옛 선인들처럼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갈 필요는 없을 것만 같다. 이제는 못견디게 서러워서 통곡을 하는 사람을 두고 '체신머리 없는 사람'이라 나무라거나 손가락질 할 시대는 지난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진실되지 못할때는 오해를 받거나 때로는 호되게 비난 받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대전지검 비리 사건으로 심재륜 대구고검장의 퇴임을 발표하며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흰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서슬퍼렇던 검찰총장이 흘리는 눈물치곤 어쩐지 어색하고 인위적인 냄새를 풍긴다 했더니 그는 지난번 부인인 연정희씨와 함께 검찰에 출두, 또 다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는 정말 '값싼 눈물'이란 이런 것인가 싶기도 했던 것이다. 옷로비 청문회때 네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성경에 맹세하는 진경을 연출하더니 이번에는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인 박주선씨와 사직동팀의 최광식총경이 옷로비 수사문건의 유출문제를 둘러싸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한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 검사가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설득하자 박 전 비서관은 "형님도 날 안 믿느냐"고 눈물을 글썽였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최총경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통곡을 하며 "책임이 박 전 비서관에게 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이들이 흘리는 눈물이 진실된 것인지, 어떤지는 가외로 치고 어쩐지 비겁하고도 나약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네 여인네들은 또 그렇다치더라도 검찰총장이니 법무비서관이니 하는 자리는 권력의 핵심 아닌가. 그런 요직에 앉은 사람들이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는 나약한 모습은 신뢰감을 주기보다는 정권에 대해 불안감의 원인(遠因)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태산처럼 신중하고 당당했던 옛 선비들의 자세가 다시한번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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