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에 성공하기는 쉬워도 개혁에 성공하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말이 있다. 카스트로가 총 칼을 앞세워 쿠바 혁명에는 성공했지만 41년간의 개혁 작업에도 불구 쿠바가 세계 최하류의 가난뱅이 신세로 전락한 사실만 보더라도 사회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살감케 된다.
국회의원을 줄이자면 국회의원이 반대하고 기업구조 조정을 하려면 노동조합이 저항한다. 교육 개혁을 하려면 기득권층인 교사들이 반대하고 의료 개혁을 하려면 의사들이 들고 일어난다.
어찌보면 모든 국민은 개혁에 대한 잠재적인 저항 세력으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은게 현실이다. 개혁의 변화로 혜택을 입는 사람은 소극적인데 비해 피해를 입는 기득권층은 필사적으로 저항, 나라안이 왼통 시끄러워지니 개혁을 추진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것일게다.
아무튼 나는 이런 맥락에서 임기 후반기를 4대 개혁으로 매듭짓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들으며 착잡한 심경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하는 노 정치인의 말이야말로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현실 정치에 대한 꾸짖음이자 이 나라가 지향할 방향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으로 들렸다.
◈개혁은 선택아닌 필수
그러나 이와동시에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했을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대안이 없는 것만 같아 공허하게 들리는 구석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집권초부터 개혁을 통한 '선진사회 구현'을 국정지표로 내세운 대통령이 또 다시 개혁의 기치를 치켜드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2년여 동안 추진돼온 방식의 개혁이라면 "차라리 시작 않는게 어떨까"싶은 되바라진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개혁에는 무엇보다 "아, 이제 새로운 사회가 탄생하는구나"하는 국민들의 신선한 감동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감동을 바탕으로 개혁의 대열에 동참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그 개혁은 성공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난해 유종근 전북지사 관사절도사건을 계기로 개혁주도 세력도 결코 돈 앞에 깨끗하지 못함을 알고 실망했고 잇따라 불거진 옷 로비사건을 통해 집권층의 호사 부리는 그 치사한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절망했던 것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개혁주도 세력에 대해 감동은커녕 "그 놈이 그 놈인데 누가 누구를 개혁한단 말인가"하고 외면한다면 벌써 개혁은 물 건너가는게 세상 이치다. 게다가 개혁 주도 세력의 국정 장악능력도 문제였다.
교육 개혁의 경우 그토록 교육계와 등져 가면서 나라안이 떠들썩 하게 밀어붙였지만 지금와서 보면 무엇이 개혁됐는지 요령부득인채 정부에 대한 교육계의 불신감만 팽배한게 현실이다.
한일어업 협정이 그렇고 정치개혁이 또한 그렇다. 의약분업만 해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으로 설 건드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정부와 의료계가 줄 당기기 하는 꼴이 돼 버렸으니 이런 정부가 국민 신뢰를 받을리 만무 아닐까.
집단 이기주의로 치닫는 의사들이야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사전에 치밀한 준비없이 이 나라 최대의 이익집단인 의사들을 어설프게 다룬 정부 또한 칭찬 받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의 치밀한 준비 있어야
어쨌든 지난 2년여동안의 국정개혁은 전문성 부족에다 개혁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쫓긴 졸속성까지 겹쳐 '별로'였다. 게다가 더욱 결정적인 것은 6개월에 한번 꼴로 개혁주체인 장관을 바꾸고 걸핏하면 사면이란 이름으로 선거사범을 풀어주고 부패 정치인을 복권시킴으로써 개혁의 일관성을 정부 스스로가 포기한 것이었다.형을 받은지 며칠 안가서 반(反)개혁의 부패인사가 풀려나는 그런 상황에서는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개혁은 치밀하게 추진돼야 하고 일단 시작된 이상 반드시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어중간하게 추진하다간 나라만 시끄러워지고 국민들로부터는 레임덕을 막기위한 방법으로 써먹고 있다는 오해만 받게 된다는 점을 위정자들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공감하면서 어떻든 개혁시대가 활짝 꽃피기를 바라는 충심에서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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