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0년 프로야구 해외파 결산

유례없이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과 일본 무대에 진출한 2000년 시즌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박찬호(LA 다저스)가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내년 엄청난 금액의 연봉 계약을 앞둔 것과 달리 대부분의 해외 진출 야구 스타들의 올해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다이미 시즌을 마감한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 등 미국 진출 선수는 물론 아직 몇경기를 남긴 이종범(주니치 드래곤스), 정민철, 조성민(이상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일본 진출 스타들의 성적표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올해 박찬호가 '쾌청'이라면 김병현은 '구름 조금', 이상훈과 이종범은 '흐림'으로 평가된다.

정민철과 조성민은 이렇다할 성적을 올릴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시즌을 마치게돼 연봉값도 못하고 체면만 구긴 셈이 됐다.

해외 진출 스타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낸 박찬호는 시즌 18승10패, 방어율 3.27로 내셔널리그 다승 5위와 방어율 6위, 그리고 탈삼진 2위에 올랐다.

박찬호의 이런 성과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이뤄냈다는 점에 특히 값지다.

메이저리그에 '삼진 잡는 잠수함 투수' 돌풍을 일으킨 김병현도 2년차에 불과한 경력을 감안하면 일단 성공적인 시즌으로 평가받는다.

6승6패14세이브(방어율 4.46)로 시즌을 마친 김병현은 화려한 삼진쇼를 연일 펼쳐 일단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막판 체력 저하에다 선발 투수 테스트에서 불합격점을 받는 등 시즌 종반을 부진하게 보내 내년에도 팀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기에는 미흡했다.

이상훈은 스프링캠프를 마치자 마자 마이너리그로 떨어진데다 9월 메이저리그에 진입했지만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기에는 기량도 시간도 다같이 부족했다.

고작 9경기에 나와 승패나 세이브 없이 방어율 3.09를 기록한 이상훈은 그나마시즌 막판 방어율을 큰 폭으로 낮춰 놓은 것이 위안거리다.

일본 진출 선수들은 한결같이 2군 공포에 시달리다 시즌 종료를 맞이했다.

이종범은 주니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데려온 데이브 닐슨에 밀려 2군에서 절치부심하다 1군으로 다시 복귀했지만 화끈한 타격과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 등 주특기를 살리는데 실패했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 5경기를 남긴 이종범은 타율 0.271, 홈런 7개, 도루 10개의 초라한 성적표.

그래도 이종범은 빠른 발과 탁월한 경기 감각으로 팀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심어놓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해 내년 도약을 기약할 여지는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올해 일본으로 건너간 정민철은 두터운 요미우리 투수진을 비집고 들어갈 여력이 없었다.

4경기에 나서 완봉승 1차례를 포함해 2승을 올렸지만 6월30일 1이닝만에 5점이나 내주고 물러난 것이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부상 재활 중인 조성민도 선발승 1번을 따냈으나 10경기에 출장해 1승2패(방어율 3.86)만을 기록하고 1군에서 사라졌다.

다만 정민철과 조성민은 요미우리가 일본 시리즈에 진출, 포스트시즌에 기용돼 명예회복에 나설 가능성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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