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년 수절 '망부가'

"생사조차 모르고 지낸 남편이 50여년만에 가족들을 찾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니더"

6.25때 헤어져 지아비의 생사조차 모르고 청상으로 수절해온 김옥남(74.봉화군 봉화읍 석평2리)할머니. 북한에 사는 남편(배영우.72)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한 장 뿐인 남편의 빛바랜 도민증 증명사진과 남편이 즐겨 읽었던 소설책 '새벽길(방인근 저)'을 장롱 속에서 꺼내들고 회한에 잠겼다.

"봉화읍내에 볼일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내일이면 오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벌써 50년의 세월이 흐른게지요"

김 할머니는 시어머니(전고미.88년 사망)와 함께 어린 딸과 남편이 행방불명된 이듬해 태어난 아들(동창)을 잘 키우다 보면 언제가는 남편이 돌아오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살아왔다.

큰딸 동임(53.영주시 휴천2동)씨는 "아버지 제사라도 지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기를 꺼내도 나 죽거든 한꺼번에 지내라고 하실 정도로 아버지의 생존을 염원하고 그리움이 진하셨다"고 전했다.

김할머니는 "두 자식들이 이제 '우리에게도 아버지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감격스럽다"며 "하루 빨리 만남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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