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노동현안 왜 해결않고 미루나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와 단위사업장에서의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키로 한 노사정 합의는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일단 수긍되는 측면은 있다.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간의 대립으로 인한 경제손실이나 국민들의 우려 등을 비켜간 한걸음씩의 양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는 앞으로 5년간 전임자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경영계는 복수노조허용 유보로 교섭의 단일화는 실리(實利)를 챙기게 돼 올해 노사관계의 최대쟁점의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노사정의 합의는 개혁입법의 포기 내지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하지않을 수 없다.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차기정권으로 넘겨져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안(事案)의 자체가 유야 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의 합의는 당장에는 노사안정에 기여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 무작정 미뤄놓는 인상 등 임시방편의 합의 도출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돼있다.

사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는 국제관례로 보면 한국적인 현실 고려 측면이 강한 사안이다. 노조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인이 있어 외국에서는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예이다.

재계에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연장선상에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조항의 존속을 주장해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노동시장 개혁을 유보시킬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진 이상 이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쟁의행위까지 끌고가지 않고 산업평화를 도출하는 노사양측의 노력이 어느때 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복수노조는 장기적으로는 수용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지금 당장 시행할 경우 경제위기 극복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유보조치는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거듭 시정하라는 요구가 있었는데도 이번의 유예 합의로 해서 결과적으로 노조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우리는 5년간의 유예기간중 우리의 현실에 맞는 노사관계 정립을 바란다. 노동시장 원리에 맞는 풍토 조성으로 다같이 산다는 인식을 노사양측이 공유했으면 한다.

기업 의욕제고와 노조의 건전한 육성은 노사양측의 대타협의 산물이다. 국민적인 관심사인 근로시간 단축이나 연월차 수당 등도 우리의 실정을 감안한 합의를 국민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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