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탁에서 쓰는 주부일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당신, 그거 알아?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당신의 계절병말야".남편의 뜬금없는 지적에 화들짝 정신을 차려본다. 아마 초점풀린 눈으로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이 퍽이나 멍해 보였겠지.

집안일과 아이들 틈새에서 허덕이기를 몇 년, 아이들이 크고 나서 시작한 직장생활에 허덕이기를 또 몇 년….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누구를 위해 사는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 다 이 봄 탓이야". 스스로 위안을 찾아보지만 마음 속 어디엔가 숨어있는 허전함이 오늘따라 더 커진 것 같다. 잃어버린 내 이름에 대한 미련때문인가.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꽤 황당한 질문이었다. 당연히 내 이름 석자 정도는 알고있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맞아, 그러고보니 나도 13년간이나 내 이름을 잊고 있었지…. 내가 '상아 엄마'임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그러고 보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상아 엄마'로 불렀다. 나역시 당연히 그게 내 이름인 줄 알고 있고…. '여종숙'.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의 이름 같다. 낯설기조차 하다. 내일부터 '여보', '당신' 대신 '종숙씨'라 불러달라면 남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나는 일이 될 것 같다. '상아 엄마'에서 '여종숙'으로 돌아오는 날, 마흔을 바라보는 거울 속의 아줌마가 아가씨로 다시 태어날 것만 같다. 자신감을 되찾고 나를 위한 시간도 짜낼 수 있겠지. "또 봄이 왔나?". 남편의 농담도 야속하게만 생각지 않고 흘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올봄엔 내가 좀 심각한(?) 계절병을 앓고 있음을 남편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남편이 남들처럼'상아 엄마'라 부르지 않고 '여보'라고 부르는 걸 다행이라 해야 할까?

(39·대구시 북구 칠곡동)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집값 급등 문제를 비판하며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였다. 그는 서울 ...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약 38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허공에서 생성되어 지급되는 초유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6...
20대 승마장 직원 A씨가 자신의 어머니뻘인 동료 B씨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2년부터 B씨를 다섯 차례...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 행사에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며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플로리다주에서는 이상 한파로 외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