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신라초교 교장 정계월씨

정계월(55.경주 신라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교단에 선지 34년, 그의 소원은 학생과 교사들이 저마다 한가지씩 특기를 갖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가지 특기를 익히는 것이 좋아요. 저처럼 오랜 세월 주눅든 채 살지 않아도 되고요". 정 교장은 이렇다할 특기를 갖지 못해 열등감에 사로잡혀 지냈다. 그러다 1981년 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 시절, 동료교사의 붓글씨를 보고 그 길로 붓을 잡았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쯤 소질을 갖고 태어난다는 데 저는 서예였나 봅니다".

정 교장은 붓을 잡은 지 1년만에 경북 교원 실기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어서 경상북도 미술대전, 신라 미술대전, 교원 예능 실기대회, 전국 예술문화대전, 한국 서화대전…. 모두 24회에 걸쳐 입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붓글씨 특기를 가진 후 누구 앞에서도 주눅드는 일이 없어졌다. 또 잘난 사람을 시샘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정 교장은 부임하는 학교마다 서예 교실을 열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어머니 서예교실' 까지. 언제든 학교에서 글씨 연습을 할 수 있게 개방했던 것. 어머니 서예교실 덕에 아이들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됐단다.

정 교장은 이밖에도 한국화, 도자기, 다도, 매듭, 전통요리 등 학생들이 배워 볼만한 특기교실도 열었다. 고맙게도 전통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 그를 돕는다. 다기 세트를 학교에 기증한 사람, 전통 기술이나 예절을 아이들에게 무료로 가르쳐 주겠다는 사람도 나섰다.

내일은 스승의 날, "선생님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 뭘까 생각해봤는데…아무래도 제가 칭찬을 많이 해야겠어요". 정 교장은 윗사람의 칭찬이 아랫사람을 얼마나 힘나게 하는 지 알고 있다. 그의 칭찬은 말 잔치가 아니다. 상장과 감사장에 어깨까지 두들긴다. 정 교장은 또 교사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덕분에 신라초교 18명 교사들은 모두 한두 개씩 자격증이나 특기를 가졌다.

아담한 골기와 2층 건물, 바위틈에 솟아난 봉숭아와 채송화, 키 큰 측백나무와 느티나무…계절마다 우리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교정. 학교가 아니라 옛 서라벌의 기와집 같았다.

조두진 기자 earfu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