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대북정책 윤곽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방향 기조가 예상대로 북미대화는 재개하되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핵·미사일 등 비확산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하는 단계별 강온 양면대응 정책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의 대북교섭 성과를 사실상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방식으로 북미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 때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각도에서 대북접근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구애되지 않고, 핵·미사일 등 비확산문제 협상에 새로운 기준을 갖고 해결에 다시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고 실패한 체제'로 보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기본적인 대북시각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여, 북미대화가 예상대로 내달 중순 이후 재개되더라도 섣불리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우리 정부는 타결직전까지 갔던 미사일 회담 등 클린턴 행정부 때 이뤄진 북미교섭의 성과를 이어 받아 곧바로 '밀도있는' 북미대화에 나서주기를 희망했다.미국측의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받은 정부 당국자들은 향후 북미대화 진전 여부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속에서 "공은 이제 북한에 넘어갔으며,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렸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일단 조건없이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북한의 태도에따라 부시 행정부는 추후 단계적 대북접근법에 따라 강온 양면의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들은 "클린턴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감싸안고 대화를 진행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감싸안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와야 각론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단계별 목표와 보상을 정해 놓았던 '페리 프로세스'와 같은 '이정표(로드맵)'를 정해 놓지 않은 것도 결국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처방식이 달라질 것임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이에따라 북미대화는 일단 서로간 탐색전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많다. 클린턴 행정부 때 미사일, 테러문제 등 각 분야별로 대화가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일단 적절한 선에서 종합적으로 상대의 의중을 떠보는 식의 대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정부 당국자는 "이 단계에서 미국은 여러 가지를 따져본 뒤 쉬운 문제나 급한 문제로 대화를 이어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또 이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열린 한미 양자협의에서도 미국측은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검증문제를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번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단계별로 당사자인 한국 등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우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미대화를 진전하거나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말"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대북정책을 조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논란이 일어온 경수로 문제에 대해 미국은 여전히 제네바 합의의 개선·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일단 과거핵 의혹의 완전한 해소를 규정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을 북한측에 촉구한 뒤 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이 26일 끝난 TCOG 회의에서 제네바 합의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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