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외국敎科書에 우리 광고

성경은 언론학계에서도 깊은 관심의 대상이다. 기사문장의 전형(典型)을 성경에서 찾는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AP통신이 개발했다는 역피라미드 형 기사의 원류(源流)를 신약성서로 보고 있다. 역피라미드형 기사는 알다시피 중요하거나 관심이 집중되는 순위로 사건·사고 등을 기술하는 방법이다. 사실(史實)에 대한 신뢰성과 신문이 추구하는 객관성 확보를 보려면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언론학자들은 흔히 권한다. 이 권장의 초점은 절대자의 행적 중 설득행위에 있다.

▲인간들의 커뮤니케이션 중 설득력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광고로 볼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받은 수용자(受容者)가 수긍하지 않으면 발신자의 의도는 무산되고 책임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세계최초의 광고로 보는 '로젯타 돌'의 내용도 일종의 설복(說服)을 노린 광고 선전문(宣傳文)이다. 기원전 196년에 이집트 왕의 즉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국 승려들의 총회 의결 기록은 절대 통치자의 업적을 칭송한 광고로 본다. 이처럼 원시 광고는 돌에 새겼지만 근대광고물은 어느나라건 모두 간판이었다.

▲LG전자의 기업 광고가 우리들에게 화제를 뿌린다. 프랑스의 고등학교 과정(16~17세용) 영어교과서의 2001년판에 이 회사의 글로벌 광고 'Fish'편이 '산뜻한 광고'로 수록됐다. 한국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상쾌함으로 다가선다. 한국광고가 외국교과서에 실린 것은 한성주보의 1886년 2월22일자(제4호)에 근대광고 게재 이후 1세기만에 이루어진 큰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 광고는 열대어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수영복 차림의 여인이 의자에 앉아 두팔을 뒤로 제낀 모습이 등장한다.

▲이 상징은 갈등의 현실속에서 이상을 꿈꾸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디지털 이미지 전파를 노린 것이라는 회사측의 설명이 없더라도 바다와 인간·열대어 등 소재가 신선한 자극제다. 광고 카피의 매끄러운 문장과 간결함, 뛰어난 독창성은 우리 광고가 지향(指向)해야 할 길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독창성은 수긍가는 변화를 밑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프랑스 학생들의 토론 주제로도 적합하다는 것은 언어 생략 속에 수많은 '설득 언어'의 교환이 아닌가. 수긍할 수도 없고 쓸데없는 말들이 오고가는 피곤한 작금의 우리사회에 언어생략의 화두도 던진 '깔끔한 광고'가 돋보이는 이유를 살펴 볼 일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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