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억울한 누명

에덴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열매는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기 때문에 아담과 이브는 낙원에서 추방되었다. 인류의 조상이 적멸해 바다 가운데 외딴 지구섬으로 유배되어 온 이래 사람들은 대대로 지금까지 징역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인류의 조상이 실락원에 살기전부터 그곳에는 허무공(虛無空)이 살고 있었으며 때로는 그의 제자 진공(眞空)이 찾아왔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천지 만물을 창조하실 때 함께 그 현장에서 지켜 보았다.

허무공을 이별하고 떠나온 진공은 그후 각지를 유람하다가 지구섬으로 와보았다. 조상이 지은 원죄로 인하여 대대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영혼의 감방 육체의 감옥에 갇혀서 억만년을 하루같이 고생하고 있었다. 신음하며 죽어간 사람들의 수는 그 얼마나 될 것인가. 살아 있는 죄수들의 수는 61억이나되는데 이들은 그 어느 때 이 유배지에서 풀려나서 하늘나라의 본토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 사람들보다 더욱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저주받은 무리가 있으니 그들은 뱀이었다. 뱀이 이브로 하여금 선악과를 따먹도록 꾀었다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이 사실도 진공과 그의 스승 허무공이 함께 현장을 지켜봤으므로 틀림없다.이브를 꾄 것은 뱀이 아니라 탐스럽게 익은 과실을 보았을 때 이브에게 스스로 일어난 따먹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마음을 뱀으로 둔갑시켜 죄를 덮어씌웠던 것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정말로 뱀이 인류의 조상을 꾀어 하나님께 죄짓게 한 줄 알고 보기만 하면 막대나 돌로 때려 죽이지 않았던가.

뱀들이여 용서하라. 인류가 대대로 그대들에게 끼친 죄를 허무공선생과 그의 제자인 나 진공이 대신하여 하나님의 아들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혀죽는다면 말못하는 그대들의 분노와 원한이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인가.(영남대 명예교수.식물병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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