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뿌리인가
13~14세기에 걸친 몽골의 고려 침략과 이후 20세기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몽골은 교류가 차단된 상태에서 각기의 역사 공간 속에 머무르며 살아왔다.
한국이 일제강점 시기를 거쳐 남북분단의 오늘을 살고 있다면,몽골은 신해혁명(1911)을 계기로 청나라 지배에서 벗어난 후 소련의 지원 아래 몽골인민공화국 시기를 보냈다.약 10년전부터 일기 시작한 사회주의 쇠퇴와 민주화 물결을 타고 1992년에는 신헌법 제정과 함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몽골국으로 새로 태어났다.
한국과 몽골이 다시 접촉하기 시작한 것은 약 600~700년이란 시간적 공백을 거친 후.양국은 1990년 3월 정식 수교했다.이후 정치.경제적 교류의 확대,학자들의 한-몽골 연구 등 이른바 몽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영철 주 몽골 대사는 "양국간 정치적 교류는 정점에 도달한 느낌"이라며 "몽골이 경제 교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인의 '몽골 붐'은 몽골에 대해 지닌 강한 문화적 향수 때문일 것"이라며 향후 문화교류에 비중에 둘 것임을 시사했다.몽골이 빗장을 열고 자본주의의 마당으로 뛰쳐나오자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몽골이 한민족의 뿌리라며 '형제 민족'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무엇보다 이는몽골인들의 생김새와 신체적 특성이 우리와 구별하기 쉽지 않고,그들의 생활풍습과 문화면에서도 여러가지 공통점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언어 중 몽골어에서 전래된 단어가 외래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500단어 정도.산에 올라 소리치는 '야호'는 몽골어의 '가느냐'에서 유래됐다고한다.오늘날 울란바토르에서 택시기사에게 '야호'하면 고개를 끄덕인다.인두.송골매.올가미.바른쪽.조랑말 등이 몽골어에서 사용되고 있다.몽골인들은 말을 '멀',조랑말을 '조르멀',얼룩말은 '알락머르'라고 부른다.몽골어로 토끼는 '톨라이',눈은 '누트',망치는 '만치' 등으로 발음된다.
문화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우리의 두루마기와 닮은 겉옷 '델'은 지금도 고비사막 등의 유목민이 입고 있다.음식 중 '미스가라'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미숫가루와 흡사하다.콩가루떡에 버터와 유유를 조금씩 개어 먹는 것이다.
제주도의 돌하루방과 흡사한 '훈촐로' 등에서는 몽골의 축소판이 제주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한 '오보'는 몽골의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실뜨기, 공기놀이, 굴렁쇠굴리기, 씨름, 몽골 여인들이 즐겨 쓰는 머리수건, 음식 먹기 전에 귀신에게 먼저 바치는 의례인 고수레, 신방 엿보기와신랑 다루기, 활쏘기, 말타기 등 한-몽간 문화적 유사성은 적지 않다.하지만 우리의 뿌리찾기에 따른 공통점 발견도 중요하지만 몽골 사회가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 대한 객관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이 뜻있는 양국학자들의 지적이다.
울란바토르=최봉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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