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강산관광 좌초 위기

'국민의 정부'에서 대북 포용정책의 상징으로 평가되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이 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의 자금난 등으로 지난 98년 11월 18일 첫 출항 이후 3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3년동안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사람은 42만3천명에 이르렀으나 이는 현대아산이 당초 예상했던 연간 관광객 수 50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관광객 부족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현대아산은 현재 자본금 4천500억원마저 거의 바닥이 나 앞으로 남북한 당국으로부터 특별한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사실상 지속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이에 따라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 위기 배경과 정부 입장 등을 살펴본다.△위기의 배경=금강산 관광사업이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사업 주체인 현대그룹의 분열과 자금난, 관광객 태부족 등이다.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망과 '형제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현대의 대북사업이 전반적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다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이 좀처럼 늘지 않아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있는 부분도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는 요인이다. 특히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관광사업의 특수성에 따라 현대는 운전자금조차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광객이 늘지 않는데는 북측의 무책임한 자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북측은 현대아산과의 6·8합의를 통해 육로관광과 특구 지정 등에 합의해 놓고도 이를 실행하지 않아 관광객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자의 투자까지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아산 입장=현대아산측에서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최대한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사업이 민족적 사업인 만큼 배가 서서는 안되고 이를 위해 북한 당국과 남한 정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아산은 내달 초 금강산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회담을 갖고 관광특구 지정과 육로관광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방침이지만 북측의 호응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현대아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 17일 금강산에서 열린 3주년 행사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거의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금강산 관광사업이 현재 민간주도로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때 정부가 당연히 지원해줘야할 사업"이라고 밝혔다△정부 입장=정부의 입장은 남북관계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이해하지만 일반기업의 사업인 만큼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제6차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금강산 관광사업까지 난관에 빠질 경우 남북관계가 완전히 정상회담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금강산 관광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과 정부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대아산과 합의한 사안을 지키는 북측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나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방안을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측이 육로관광 등의 합의사항을 준수한다면 기업들의 사업투자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사업의 절박성을 고려할 때 정부는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던 남북협력기금 450억원의 지원을 다시 고민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