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눌러쓴 스포츠 모자에 낡은 점퍼와 군복바지, 팔에 낀 스케치북…. 정경상(43)씨는 오랜 세월동안 그 복장을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두시간 가까이 같이 앉아 있었지만 몇마디 얘기 밖에 듣지 못할 정도로 말수도 적다.
미술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고, 혼자 사인펜으로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전부다. '은둔화가'라는 표현이 적합한가. 그런 그가 5일까지 종합문화공간 예술마당 솔(053-427-8140)의 초대를 받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액자도 없이 압침으로 그림만 덜렁 붙여놓았다. "액자할 돈이 없어…" 3,4개월전만 해도 건축현장에서 막일을 했는데 요즘은 집안일 때문에 그것마저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사인펜으로 도화지나 시험지에 그림을 그린다. 버스안이나 서점, 백화점 등의 풍경인데 인물 크로키(略畵速寫)가 대부분. 사인펜으로 대충 쭉쭉 긋고 거기에 크레용으로 덧칠한 작품이다.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자 "모델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버스안에서 스케치북을 내놓고 승객들의 표정을 후다닥 그리고, 서점에 앉아있다 책고르는 손님을 모델로 빠르게 손을 놀려 그려대는 식이다. 삶의 현장에서 모델을 구해 그림공부를 한 셈이다. 그는 "서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그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인체비례나 터치, 인물 표정이 거의 완벽하다. 20대 초반부터 틈나는대로 매일 몇장씩 그려왔지만, 그림 지도를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순전히 독학으로 이룬 그림이라고 하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외로움을 무기삼아 고군분투한 흔적이 역력하다."(그림을 내놓기)부끄럽죠. 평가를 한번 받아보고…열심히 할게요".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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