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연예인 화가

TV를 보다보면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장나라 임창정처럼 노래 연기 개그 등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는 이를 말한다. 이들의 남다른 '끼'가 다재다능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연예인중에서 자신의 영역을 미술로까지 확장한 이가 여럿 있다. 전시회를 여러차례 열면서 화가 못지 않게 대접을 받는 이들도 있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지난해 86세의 나이로 타계한 명배우 앤서니 퀸이 아닐까 싶다. 4년전 서울·대구·경주에서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 그는 말년들어 오랜 꿈이었던 화가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자기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회화·조각·판화 작품을 내놓았고, 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가격이 꽤 비쌌지만 불티나듯 팔렸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프로 화가에 어찌 비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의 명성이 바탕에 깔린게 아니겠는가. 그를 생각하면 화가로서가 아니라, 고흐의 생애를 그린 영화 '열정의 랩소디'(1956년)에서 화가 고갱 역할을 했던 것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올해초 왕년의 인기 코미디언 손철씨가 대구에서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 그는 요즘 TV출연을 거의 않은 채 그림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먹으로 동물이나 풍경을 그린 한국화였는데 수준급 이상의 솜씨를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60여점의 적지않은 작품을 전시했는데도 40점 이상 팔았다.

조영남씨도 꾸준히 화가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해마다 전시회를 갖고 있고, 지난 96년 대구에서도 전시회를 가져 중고생들의 사인공세를 받기도 했다.그렇지만 그는 화단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듯 하다.

그를 둘러싼 한 해프닝. "얼마전 국제아트페어에 한 화랑주는 조영남씨가 작품을 내놓는 것을 보고 격렬하게 반대했어요. 그 주장이 잘 먹혀들지 않자 결국 그 화랑주가 불참을 선언했죠". 조씨는 아트페어에 '3·8광땡' '고돌이'가 등장하는 화투 그림을 가득 내놓았다.

또 영화 '서울무지개' '변금련' 등의 주연을 맡았던 강리라씨,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등의 노래를 부른 정미조씨도 화가로 활약중이다. 이들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외도(?)를 하다 본업을 다시 찾은 경우다.

이들중 실력이 남다른 이도 있고, 지극히 평범한 이도 있다. 화단에서는 "화가들 낯 뜨겁게 하는 이들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는다.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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