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란이 없이 광대놀이 어떻게

"양반노무 새끼들 잔소리 앵꼽아서 몬살겄네…". 합천오광대놀이에서 '초란이'역을 맡아온 기능보유자 조석환(75.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옹이 11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광대놀음 시연 등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고 조옹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경상 우도의 야류오광대의 발상지인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밤마리 장터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장터에서 광대놀음을 하던 모습들을 생생히 기억, 원류를 찾는데 많은 기여를 했던 인물이다.

또 합천오광대(옛 초계 대(竹)광대)보존회의 최고령자로서 광대놀이에서 빠져서는 안될 감초격인 초란이 역할을 직접 연출, 흥을 돋구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놀이 중 초란이는 산중에서 오입해 얻은 자식이자 두려움과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조옹은 어눌한 탈바가지를 쓰고 양반과 파계승, 부정한 여인네들을 조롱하는 해학적 연기로 구경꾼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지난 20여년간 밤마리오광대의 원류찾기에 혼신을 쏟아온 이영기(70) 전 보존회장은 "초란이역을 맡은 조옹의 타계로 광대패 놀음에 엄청난 손실을 입게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보존회는 긴급 임원회의를 갖고 조옹의 타계를 애도하는 한편 오는 8월에 열릴 오광대 탈 및 장승축제에서 '초란이' 역을 맡을 광대놀이꾼 찾기에 나섰다.

덕곡면 율지리는 오광대의 발상지로서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전국의 광대패와 관광객들을 끌어모아 한바탕 신명나는 잔치를 벌였다.

특히 올해는 전국 문화원연합회로부터 '문화마을'로 지정돼 1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등 빛을 보게 됐으나 이번 조옹의 타계로 더욱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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