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천택 차녀 '마르타 임 김'

쿠바의 '대한 애국지사' 고 임천택 선생의 5남4녀 중 차녀인 마르타 임 김(65·사진)씨.

지난 95년 마탄사스종합대 철학과 교수에서 퇴직한 그는 80여년에 걸친 쿠바 한인들의 굳건하면서도 고달픈 이민 역사를 자칫 묻혀버릴 뻔한 위기에서 건져낸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가 남긴 초기 한인 이민사회의 유일한 기록인 '쿠바이민사'를 바탕으로 역사학자인 남편 라울 R 루이스(62·마탄사스종합대 박물관장)씨와 공동 집필해 2000년 1월 스페인어로 된 181쪽짜리 이민사인 '쿠바의 한국인들(Coreanos en Cuba)'을 출간했다.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92㎞ 떨어진 마탄사스 자택에서 만난 마르타씨는 "10년간의 현지조사 및 자료정리와 연구분석을 거쳐 3년 동안 저술 끝에 책을 펴내 2000년 쿠바 문화부의 최고 학술출판상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번역본이 나와 고국과 동포들에게 잊혀진 쿠바의 한인사가 널리 알려지고 한국사에 편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이 한인단체의 활동과 독립운동에 치중한 과거의 기록이라며 1959년 쿠바혁명에 따른 한인들의 희비와, 61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바 반혁명군이 남부 해안 피그스만을 침공했을 때 한 한인가정의 형제끼리 침공군과 쿠바군으로 갈려 총부리를 들이댔던 비극 등 현 정권에 민감한 부분의 한인사를 보강해 언젠가 큰 책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97년 광복절에 아버지의 훈장을 대신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 단 한명도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죽은 이민 1세대의 소원을 대신 이뤘다"며 "한국정부가 고국을 찾고 싶어도 돈이 없는 쿠바 한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주고, 하루 빨리 통일이 돼 한국과 쿠바간에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고생으로 9남매가 모두 대학교육을 마치고도 확고한 정체성을 갖지 못해 한국말은 단어 몇 개밖에 모르지만 앞으론 여러 곳에 흩어진 한인후예들이 뭉치고 자신의 뿌리와 모국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마탄사스=강병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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