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우리사회는 정치.경제는 물론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아직도 그 변화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하나된 국민이 만듭니다'라는 구호 아래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세웠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계층과 세대.이념간의 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진통에 대해 낡은 과거와의 절연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노 대통령 스스로 "지난 1년동안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너무 크고 시끄러웠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참여정부 1년을 점검해 본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지난 해 3월9일 취임한 지 한달이 채 안된 노무현 대통령은 헌정사상 초유의 '평검사들과 대화'를 갖던 중 한 젊은 검사가 "대통령도 취임전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이처럼 말했다.
TV로 생중계되는 바람에 대통령의 흥분한 목소리는 여과없이 노출됐다.
청와대는 참여정부의 변화의 으뜸으로 리더십의 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제왕적 권력문화의 해체'의 일환으로 노 대통령이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아닌 새로운 수평적인 리더십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참여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수석비서관이 아닌 일반 비서관이 대통령 앞에 선다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참여정부는 매주 월요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어김없이 대통령주재하에 열고 이 자리에서 수석이나 보좌관은 물론 배석한 행정관까지 의견을 개진한다"고 말한다.
국정토론회를 하다가도 대통령과 비서관들이 함께 담배를 피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시절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사건이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 직접 찾아와 브리핑을 하거나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일도 일상화됐다.
대통령은 더이상 접근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권위의 상징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노 대통령의 언어습관은 '리더십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NEIS사태와 화물연대 파업사태의 와중에 5.18행사추진위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발언은 충격이었다.
'오랄해저드'(언어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지난 해 12월 노 대통령은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내뱉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결과에 대통령직을 걸기도 했다.
정제되지않은 언어습관과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개혁을 역설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포퓰리즘적(대중영합주의적) 리더십'이라는 호된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탈권위주의'는 '지방화와 분권화'라는 국정운영방향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우선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 경찰청 등 이른바 '빅4'로 불리던 최고 권력기관들이 청와대의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났다.
국정원장의 대통령 주례독대와 정치관련보고가 폐지됐고 이들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도 눈에 띄게 제한됐다.
검찰이 대선자금 등 정치권에 대해 유례없는 강도높은 수사를 펼치고 있지만 '정치검찰'이라는 시각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것도 청와대와 검찰과의 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NSC와 외교부간의 갈등 와중에 불거진 국정원과 기무사 등의 기자들에 대한 통화내역조회는 권력기관 독립의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었다.
국정을 주도할 여당의 부재(不在)도 '리더십의 불안'을 부추겼다.
'낡은 정치와 정치적 부패 청산'을 내세우면서 정치개혁의 전면에 나선 노 대통령은 자신을 당선시킨 민주당을 탈당한다.
자신의 지지세력들이 민주당을 탈당, 신당창당에 나서자 노 대통령은 지난해 9월29일 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임기초반 당적을 이탈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집권여당의 부재는 지난 해 정기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통과되는 등 대통령의 국회장악력 약화로 이어졌고 한.칠레 FTA동의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 등이 지연처리되는 등 국정난조상태를 자초했다.
이같이 국회와의 관계가 어려워진데다 최도술(崔道術) 전 총무비서관 등 측근들의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도덕성마저 타격을 입자 노 대통령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현행헌법체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했다.
노 대통령은 절대적인 수세국면에서 적잖은 정치적 상처를 입으면서도 정국흐름을 일거에 대선자금 정국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하는 '승부사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제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총선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얻게될 성과에 따라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총선후 더욱 복잡해질 정국운영의 해법을 찾아야 될 것이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재신임'문제도 정면돌파해야 하고 청년실업 해소 등 경제문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
그 밖에 지방을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 내세우겠다는 '지방화'전략은 지난 해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의 통과로 일정부분의 성과를 내긴 했다.
그러나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이 구호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지방화와 분권형 국가운영의 틀이 잡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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