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탄핵정국으로 선대위 엄두못내는 與·野

2野-'탄핵 역풍' 차단에 총력...與-'경제 챙기기' 나서

총선을 30일 앞둔 여야는 탄핵안 가결 이후 불어닥친 여론 향배에 촉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탄핵 가결 여파에다 임시 전당대회 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지지율 급락이란 직격탄을 맞은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이 탈당하는 등 총선구도가 험악해지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탄핵역풍으로 인한 가파른 지지도 상승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경제 챙기기'를 표방하고 나섰다.

◇한나라당=243개 지역구 중 228개 지역의 공천자를 확정했을 뿐 선대위 구성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오는 23일 제2창당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갈 길마저 멀다.

탄핵가결이 가져다 준 비등한 비난여론 탓에 당 지도부는 지지율 급락이란 충격에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으며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8일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그나마 당 정책위의 '공약개발위'와 '뉴비전위원회'가 각종 공약을 내놓으며 정책정당의 면모를 드러내는 정도다.

지금까지 3차례 공약 발표회를 가졌고 15일에는 '에너지 세율인상 3년 유보 및 택시용 LPG 특소세 단계적 인하'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 9일엔 현행 월 평균 3만5천원선인 사병봉급을 월 평균 2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논란을 가져왔다.

또 지난 4일엔 당 투자살리기특별위 주최 외국투자기업 CEO 초청 간담회를 열었으나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탄핵정국 탓에 공약 발표가 전혀 먹혀들지 않아 걱정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시빗거리만 낳는다는 지적이 높아 발표시점을 늦추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탄핵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심리와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는데 당분간 주력할 생각이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연착륙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선대위 출범 역시 새 지도부 출범과 병행해 탄핵정국을 선거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또 선거 구도를 친노(親盧)와 반노(反盧), 개혁과 보수의 대결구도로 규정해 침묵하는 다수 보수세력을 끌어안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총선 모토를 "향후 4년도 지난 1년처럼 혼란과 불안 속에 지낼 것이냐"는 물음으로 대신, 유권자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 대표는 지난 14일 공천장 수여식에서 "지금 상황은 진보세력의 가면을 쓴 노무현 정권과 사회단체를 위장한 급진세력이 한 깃발아래 결탁, 중도보수 세력을 파괴하려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17대 총선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친노.반노의 사생결단적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민주당도 총선을 30일 앞둔 정당처럼 보이지 않기는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다.

선대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구 출마를 선언한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출마 지역구조차 정하지 못했다.

탄핵후폭풍으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탈당 러시를 이루는가 하면 당 쇄신파들은 '도상(圖上) 지도부'까지 구성해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당 지지율 추락이 방송사의 편파보도 탓이라며 방송사를 이틀째 항의방문해 방송사와 기자협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6~7% 안팎이다.

15일 저녁 발표된 MBC 여론조사에선 민노당보다 낮은 5.4%를 기록했다.

민주당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전통적 텃밭인 호남 민심까지 떠나고 있는 점이다.

호남 단체장의 잇따른 탈당과 현역의원 및 공천자까지 탈당할 움직임을 보인다.

박태영 전남지사에 이어 허경만 전 전남지사가 15일 탈당했고 강현욱 전북지사도 일찌감치 탈당한 상태다.

설 훈(薛 勳), 정범구(鄭範九), 조성준(趙誠俊), 박종완(朴鍾浣) 의원 등 탄핵안 '비서명파' 의원들의 지도부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행보를 탈당을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15일 오후 한 음식점에서 전갑길(全甲吉), 배기운(裵奇雲), 조한천(趙漢天) 의원과 만난 비서명파 의원들은 지도부 퇴진 후 새 대표에 정범구 의원, 사무총장에 조성준 의원을 임명해 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상을 치르려 해도 사흘은 걸리지 않느냐"며 "시간이 지나면 탄핵 역풍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적장의 목을 베는 괘를 갖고 있다'는 조 대표의 올해 운을 들먹이는 이도 있다.

한 인사는 "주역을 잘아는 당직자가 탄핵안 통과 시간까지 알아맞혔다"며 "그 당직자가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이 80~90석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위했다.

하지만 2주일 뒤면 선거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지지율을 반등시킬 뚜렸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민생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5일 '헌정수호와 국정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민생경제와 관련된 5대 현안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진력키로 했다.

탄핵 뒷수습에 바쁜 야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경제챙기기'에 진력, 탄핵역풍으로 인한 가파른 지지도 상승 효과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5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당직자들에게 "민생 문제를 최우선 당무로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국방문제는 장영달 국방위원장에게 정부와 협의,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지시했으며 임시국회 불참 및 총선시기 연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임시국회 불참은 국정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총선 연기 문제는 국가 위기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를 만나 차기 국회 개원 직후 추경예산을 편성키로 하고, 외신기자 회견을 통해서는 해외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정 의장은 외신회견에서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경제안정과 민생챙기기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당 지도부의 민생경제 우선 의식도 어느때 보다 강하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우리는 국민 앞에 죄인으로 민생과 경제안정을 위해 못다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만큼 여당으로서 안정을 심어주면서 차분하게 총선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는 "우리당이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면 끝장이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며 지지도 상승에 교만하지 말 것을 주변에 권고 했다.

정치2부

사진 : 17대 총선을 한달 남겨둔 16일 각당의 표정. 위로부터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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